몰아치는 감정 다루기
어렸을 때 한 살 많은 오빠와 사이좋게 지내기도 했지만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오빠의 짓궂은 장난과 놀림에 맨날 울기만 하니까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울면 지는 거야!”
그땐 정말 울면 지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집에서는 울어도 학교에서는 절대 울지 않았죠. 그러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유치원 때 서로 원수라고 여기던 남자아이와 짝이 된 거예요. 하루는 그 아이와 다투다가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어요. 남자아이의 주먹이니 꽤 아팠는데도 스파링처럼 주먹 꽉 쥐고 울음을 참았죠. 선생님이 오시고 자리에 앉자마자 엎드려 아픔을 참지 못하고 조용히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큰 아이를 키우며 아이 친구들 엄마들과 놀이터에서 놀 때였어요. 한 엄마가 자기 아이가 우니, “왜 울어. 그건 울 일이 아니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웃길래 왜 웃냐고 물으니 제가 그런 말을 자주 해서, 절 따라 했대요. 생각해 보니 아이에게 그 말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왜 울면 지는 걸까요? 그리고, 울어야 할 일은 따로 있는 걸까요?
아이가 말을 하기 전까지 울음은 모든 의사표현의 방법이에요. 말을 하더라도 불편한 감정의 표현은 울음인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 울음이 어쩔 때는 받아주기 힘들고, 그 힘듦에 내가 다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울음을 빨리 멈추게 하기 위해 겁도 주고 혼내기도 하며 그 행동을 멈추게 하느라 급급해요.
아이는 왜 울까요? 유아들은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해되지만 말을 시작한 아이가 우는 이유는 궁금증이 생겨요. 울음이 단순한 떼 부림으로 느껴지거든요. 아이가 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밀려드는 감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닐까요? 아이는 슬픈 감정이 밀려올 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날 때, 졸음이 쏟아질 때, 무서울 때 등등 울음을 터뜨려요. 각 감정마다 이름이 있고 그 감정을 어떻게 흘려보내야 할지 방법도 있지만 아이들이 그것을 알기엔 아직 어리잖아요.
<눈물바다>의 책 속 주인공인 남자아이는 오늘 하루 되는 일이 없어요. 시험도 많이 틀리고, 점심은 맛이 없고, 억울하게 혼도 났는데 하굣길 비까지 와요. 푹 젖어서 집에 오니 부모님은 다투고 계시네요. 저녁을 남겨 또 혼나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자꾸 눈물이 나요.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렸는데 바다가 생겼어요. 바다는 모든 것을 빠뜨렸고 아이는 침대로 파도를 타며 놀아요. 눈물이 멈춰지고 빠진 사람들을 하나 둘 건져내면서 말해요.
“모두들 미안해요. 하지만…. 시원하다. 후아!”
주인공 아이의 시원한 한 마디에 책을 읽는 독자도 무언가 해소된 후련한 기분이 들어요.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을 참지 말고 다 쏟아내 보면 그 감정이 눈물과 함께 다 흘러가거든요.
이처럼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는 이유를 알지만 그걸 차분하게 설명하거나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땐 주변에 폐를 주지 않는 장소로 이동한 뒤 그냥 꾹 참고 마음껏 울게 내버려 두는 건 어떨까요? 꼭 안아주면서 “괜찮아, 맘껏 울어.”라고 말해주면서 말이죠.
<그림책 읽기>
아이의 눈물바다에 무엇이 떠내려왔나요?
아이는 왜 “미안해요”라고 말했나요?
‘시원하다’라는 느낌과 비슷한 느낌은 무엇일까요?
<문해력 대화하기>
엄마, 아빠의 어렸을 적 얘기를 해주세요. 울면 안 된다고 감정을 꾹꾹 누르며 자란 환경과 왜 그렇게 감정을 눌러야만 했는지 함께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펑펑 울었던 경험과 그때의 마음도 나눠보세요.
아이는 몰아치는 감정을 쉽게 제어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뚝’하라는 말에서 참는 것부터 배워요. 그렇게 참기만 하다 보면 언젠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감정을 잘 해소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연습해 보는 것이 좋아요.
커버 : <눈물바다 / 서현 글그림/ 사계절> yes24 표지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