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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Apr 01. 2022

의지는 약하지만 내 몸과 잘 지내고 싶어.

‘병적인 허기’와 ‘무기력한 몸’에 대한 이야기.

  어렸을 적 나는 깡마른 아이였다. 정말 누가 보기에도 정말 마르고 왜소한 그런 아이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살이 찌더니 이제는 결코 말랐다고 할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큰 키 덕분에 겨우 커버하고 있긴 하지만 누가 봐도 통통하다. 우울과 무기력에 잠식된 몸이 무거워지기까지 하니까 활동하기가 더 힘들다. 지금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은 상태다. 물론 몸무게가 중요한 건 아니다. 몸무게가 좀 나가도 그게 다 근육이면 건강하고 멋져 보일 것이다.(흡사 마동석처럼?) 하지만 내가 가진 근육은 괄약근 정도인 거 같다.

 왜 이렇게 됐나 원인을 나름 분석해봤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병적인 허기’다. 몸의 허기인지 심리적 허기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사람이 됐다. 뱃속에 조금이라도 빈 공간이 있는 걸 못 견디겠다. 토하기 직전까지 먹어야 뭔가 안정감이 든다. 그러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하고 배가 너무 고프다. 괜히 꾸역꾸역 먹는 것이다. 그렇게 과다하게 먹으니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활동량 저하’다. 우울과 무기력이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면서 점점 침대 밖을 벗어나기가 힘들어졌다. 많이 먹는 데다 활동량까지 줄어드니 자연히 살이 찌고 근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 이제 방법은 나왔다. 힘들어도 먹는 걸 좀 조절하고, 많이 움직이는 것. 오예, 이유를 파악했으니 개선하기만 하면 된다! 시작이 반이다!라고 행복 회로를 돌려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지만 ‘병적인 허기’는 말 그대로 ‘병적인’ 허기다. 그냥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몸을 움직이는 일 또한 그렇다. 마치 납덩이가 누르고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힘이 든다. 이걸 이겨내야 훌륭한 사람인데, 보통 사람인 나는 하루하루 견디는 것조차 버겁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될까? 솔로몬을 찾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예전처럼 깡마르고 싶은 건 당연히 아니다. 그저 건강한 몸을 갖고 싶다. 적당히 먹고도 배가 안 고프고 싶다. 정신과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지만 이건 잘 고쳐지지 않아 서글프다.(내과적 문제인가.) 의지의 문제라고 하면 할 말 없다. 의지박약 맞다. 이 ‘1일 1글 프로젝트’도 겨우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마음만은 알아주시길. 나는 내 몸과 정말 잘 지내고 싶다. 어느 누구보다도.

 이 글을 다시 봤을 때는 ‘이럴 때가 있었지. 허허.’하며 미소 지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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