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달하고 싶은 마음

속도를 맞춰 걷고 싶은 마음에 관하여

by 달팽이

진심은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주는 사람. 그 마음에 도달하고 싶었던 어느 날의 기록입니다.




지수는 신중한 사람이에요. 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지려고 하기보단 시간을 오래 두고 서서히 친해지는 편이죠. 밥을 같이 먹는 것도 5년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그냥 ‘도도한 친구구나’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제는 알아요. 매 순간 진심인 이들의 특징이라는 걸요. 그냥 ‘척’할 수 없다는 것. 진심으로 편한 사람과 밥을 먹어야 소화가 잘 된다는 것. 다 어떠한 티끌도 없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한다는 의미니까요.


그래서 진정한 의미로 친해졌을 때의 지수 모습이 궁금해요. 아마 고이 접어놓은 귀한 마음을 조심히 꺼내어 보여주지 않을까요? 한편, 지수는 무척 따뜻한 사람이에요. 특히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티가 나는 문자 메시지를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가 보낸 메시지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으며, 다정한 말로 격려를 아끼지 않죠. 사실 이건 에너지가 꽤 많이 드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내재된 에너지가 적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니면 무언가를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고요. 쓰다 보니 지수가 가진 신중함과 따뜻함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네요.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는 신중함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지수지만, 가끔은 수줍게 웃을 때도 있어요. 웃긴 상황을 마주하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웃참(?) 미소를 짓더라고요. 그 모습이 참 귀여워요. 아마 처음엔 보기 힘들고, 조금 편해졌을 때 볼 수 있는 모습인 거 같아요.


지수는 또 복숭아를 좋아해요. 리액션이 크지 않은 편이지만, 복숭아를 건네면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랍도록 솔직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그 조용한 사람에게서 불쑥 튀어나왔던 반가운 감정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 외에 좋아하는 게 있다면 책이에요. 특히 고전소설을 꽤 많이 읽었더라고요. 책에 관심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종류의 글들인데, 지수는 꾸준히 읽은 거 같았어요. 그의 글은 문체가 단정하고, 표현은 조심스러우면서도 깊고 풍부하잖아요. 딱 책을 오래 품고 살아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죠. 같이 있으면 시간이 고요하게 흐르는 기분이 드는 것도 아마 거기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관찰력도 좋아서 글이든 사람이든 세밀하게 바라봐요. 그리고 그걸 상상도 못 한 비유로 표현해요. 수아한테 한 ‘흰 담비’라는 표현은 아직도 잊히질 않네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자체가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입니다.

지수는 처음에 쉽게 다가가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만큼 한 번 친해지면 분명 오래 곁에 있고 싶을 거라 확신해요. 말을 아끼지만 마음을 숨기진 않고, 표현이 크지 않아도 진심은 언제나 그 안에 있으니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마음에 도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득한 사람은 정말 귀하잖아요. 이런 지수가 '글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쓰고 싶었던 글도 마음껏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라요. “여기서는 조금 솔직해질 수 있을 거 같다”라던 그가 어떤 단어로 매주 토요일을 채워줄지 기대되네요. 지수가 만들어낸 고유한 단어들이 선연히 피어나 정원을 이룰 거예요.




* 최근 한 '글쓰기 프로젝트'에서 만난 지수(가명) 님에 대해 제 시선을 담아 소개하는 글을 써보았습니다. 다소 오역이 있을 수 있으며,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떤 상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