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집을 대하는 어린이의 자세

엄빠는 에어비앤비까지의 여정이 힘들고 (23년 9월 6일 수요일)

by 꿈꾸는 유목민

독일 캠핑카를 픽업하는 곳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와 떨어져있었다. 각 23킬로가 족히 넘는 세 개의 캐리어와 뒤로 넘어갈 듯한 세 개의 배낭을 갖고 이동하는 방법은 택시와 지하철이다. 당연히 택시가 편하겠지만 택시비가 무려 20만원정도였다.


남편과 나는 또 신혼여행때처럼 기싸움을 했다. 10년 전 그리스 터키 신혼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늦은 밤, 남편은 두 개의 큰 캐리어를 끌고 전철을 타고 집에 가자고 했다. 신혼집은 전철역에서도 도보로 10분 이상은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리스 호텔에서는 팁으로 5유로를 서슴치 않고 남기는 사람이 택시비 1만 4천원이 아까워 전철을 타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자는게 이해가 안됐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일축하며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남편은 신용카드로 택시비를 드리는게 죄송하다며 현금 2만원을 꺼냈고, 택시기사님은 잔돈 6천원이 없었다. 남편은 6천원을 팁으로 드렸고,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될 걸 왜 거스름돈을 받지 않냐고 비오는 밤 아파트앞에서 한시간동안 비를 맞으며 캐리어와 함께 시위했던 일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그럴 일이 없었는데, 이번 스위스 캠핑카 여행을 시작하며 동일한 일이 세 번이나 발생했다. 첫번째는 김포공항에서 내려 남편 친구네 집에 갈 때,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호텔에서 캠핑카 업체까지 갈 때, 스위스 캠핑카 여행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다시 돌아갈 때 였다.


첫번째, 김포공항에서 인천에 사는 남편 친구네 집에 갈 때, 남편은 지하철을 타고 가자고 했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다행히도 남편 친구가 김포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두번째는 독일 공항에서 캠핑카업체까지 갈때의 교통수단이었다. 나도 여기서는 좀 흔들렸다. 택시비 1만 4천원과 20만원은 차원이 다르다. 남편에게 어떻게 캐리어 3개, 배낭 3개를 들고 전철을 타냐고 말을 하면서도 내 마음과 눈빛은 흔들렸다. 이 날 오전에는 프랑크푸르트 시내투어를 먼저 했는데 그때 끊은 Family one day ticket은 19 유로였다. 19유로냐 190유로냐의 기로는 내 몸을 혹사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였다. 결국에는 내 몸을 혹사하는 모험을 단행하기로 했다. 문득, 20대에 첫회사 해외영업 사원시절, 유럽에 머물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커다란 캐리어 가방을 끌고 비행기에서 내려 도심까지 택시를 탄적이 한 번도 없었다.유럽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고 택시비는 살인적이니 택시를 타지 말라고 친구에게까지 강요했던 젊은 날의 나와 짐이 무거우니 꼭 택시를 타야한다고 우기는 중년의 내가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로 갈때 전철을 타고 이동했더니, 많은 관광객이 자기 몸만한 캐리어를 들고 탔다. 캐리어와 자전거를 놓는 전용 공간도 있었다. 전철을 타고 가자는 나의 결정에 남편은 싱글벙글이었다. 남편은 아이의 캐리어까지 두 개를 들고 이동을 했고, 아이는 아이 몫의 무거운 여행가방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다행히 시골 전철역에 도착했다. 엄청난 계단을 내리고 오르는 일만 남았다. 내려가는 계단에 압도당해 사람들이 먼저 내려가길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독일남자가 다가오더니 도와주겠다고 했다. 마음으로는 너무 절실했지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가방이 정말 무겁다고 괜찮다고 사양했는데, 바로 가방을 들고 내려가 주셨다. 에스칼레이터가 없는 독일의 시골마을 전철역은 정겹지만, 무거운 짐을 든 관광객들에게는 공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뛰쳐나와 도움을 주는 정겨운 현지 사람들의 도움은 마음을 든든하게 만든다.


에어비앤비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비틀즈를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이 고스라니 담겨있는 스튜디오형태의 집이었다. 작은 화장실이지만 욕조도 있었다. 하루동안 1만 5천보를 걷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느라 힘들었을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이라는 특효약 처방을 했더니 그렇게 신나할 수 없다. 아이의 하루담기 기록처럼 엄마의 여행의 기록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아이의 여행기록에 쓰여진 완벽적응, 침대가 푹신하고 시원함, 욕실에서 샤워할 마음에 기대기대, 그리고 특별한 집이라는 단어 모두 설레임이 묻어난다. 고단한 하루의 여행 끝에 아이가 붙여준 '특별한 집'이라는 정의가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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