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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웅 Sep 25. 2020

손톱 달.

그림과 마음속 이야기

_


어느날 침대에 누워있다가 문득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외로움을 느낀다고 누군가를 찾는 성격은 아니지만, 한참동안 지나간 사람과 시간에 대해 생각하다가 일어나 그림을 그렸다.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캐롤라인 베이를 따라 걷다가 시내에 들러 생활에 필요한 이런저런 잡화를 사고 돌아오는 길.

새로 산 필름을 쓰기 위해 짧은 여행도 계획하고, 내 모바일이 상태가 안 좋아 자꾸 끊긴다는 이야기.

착해 보이지만 가까워 지기 어렵다는 제시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도 나누고 (사실 그 애가 싫은 이유만 들었지만)

편안하게 맘을 얹듯 적당한 무게로 나에게 기대어 걷던 너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시간이 데려다 놓을 먼 미래 어느 시점에 대한 기대를 꽤 구체적으로 함께 나누기 원했다.

그때 우리의 모습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했지만, 

너무 멀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먼 미래를 함께 그리자는 얘기에 싫없던 게 아니고, 단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래서 대답 안 한 거였는데,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어렸던 그 해 4월 난 너무 방어적이었던 것 같다. 


결국 

“같이 갈까?”

난 

“어 그래.”


하곤 움직이지 않았다. 








손톱 달 

_ 처음엔 저 작은 창 안으로 하얀 손톱 달을 그려 넣고 싶었다. 빈 공간의 아무 말하지 않는 저 작은 창처럼 세상 누구 하나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은 그림.






처음 그릴 때는 창안에 달이 있고 창도 컸다.






그림들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은 출력하여 액자에 넣어둔다. 


그러고 보니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네.





A4 사이즈가 잘 어울리는 그림.






요즘은 그런 감정에 상당히 무뎌졌지만, 한편으로는 작아지고 사라져 가는 그런 감정들에 나도 많이 바뀌어 가는구나..... 하며 아주 잠깐씩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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