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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웅 Dec 30. 2023

중년 디자이너의 창업일기#04

#04 내가 퇴사한 이유

_ 오랜 시간 회사에 몸담고 있던 직장인 디자이너의 개인사업 창업과정 이야기를 남겨보려 한다.


오늘은 2023년 12월 30일이다. 

10월 31일에 퇴사했으니 이제 정확히 두 달이 지났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휴일, 창업을 하고 주말 이틀을 온전히 쉬어본 적은 없는데 눈도 많이 오고 육체적 피로도 느껴져 오래간만에 느긋하게 일어나 유튜브도 보고 커피도 내리고 청소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두 달 정도 지나니 사무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진행하는 업무에 따른 물리적 루틴이라는 것도 자리를 잡고 내 몸 역시도 그 흐름에 맞춰지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중요한 미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 조급한 마음의 출근길, 온종일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오후시간 그 시간을 느낄 사이도 없이 찾아오는 늦은 퇴근시간. 사실 아주 단순한 일상이다. 


2023년 첫 사무실에서의 포트레이트


이 단순한 일상 속 작은 이벤트가 전 직장 동료들을 사무실에 초대하는 것이다. 

사무실이 자리를 잡아가며 가깝게 지냈던 동료들을 세 팀 정도 초대했다. 공간이 좁아 많은 인원이 함께하지 못하지만(사실 부를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사무실 오픈엔 대한 축하, 그동안 각자의 생활,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중 거의 한 번도 빠짐없이 듣는 말이 있다. 

"창업하신 거 대단하고 축하드리고, 잘 되실 겁니다! 근데 퇴사하신 이유가 특별하게 있나요?" 


그럴 때마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응. 내 일하면서 돈 많이 벌어보려고. 내일도 즐겁겠지만 나이 들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지내고 싶어."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있어야 과정에서의 순수한 열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수치화되어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신뢰하는데 그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돈 만한 게 없고 또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회사생활을 접고 쉽지 않은 창업을 하는 많은 이들의 목표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나는 얼마를 벌어야 할까? 


처음 창업을 준비하며 매출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는데 기준이 필요했다. 엉뚱하지만 그중 떠오른 것이 바로 로또 1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역전'을 꿈꾸며 매주 로또를 구매한다. 한국에서 10년간 로또 1등의 평균 수령금액은 평균 세전 20억, 세후 14억 정도라고 하는데 인생역전이 가능할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생각만 해도 달콤한 꿈인 것은 맞다. 나도 살면서 로또는 3번 정도 사본 것 같은데 그때마다 토요일을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기다렸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나에게 일확천금의 대운은 없는 것 같고 회사를 하며 매출이 로또 1등만큼 나오면, 그럼 인생역전인가? 



사무실에 놀러 온 친구가 사준 로또, 당첨되면 반으로 나누기로 했다. 5등 당첨!



디자인을 하는 개인사업자가 일 년간 세전 20억을 벌려면 12개월 간 끊기지 않고 1억짜리 프로젝트 20개를 돌리고 한 달에 최소 1.6억을 벌며 15명의 직원이 있다고 가정하면 한 명이 1년에 벌어 들이는 돈이 두당 1.3억 정도 나와야 한다. 물론 총금액을 기준으로 한 단순 계산이지만 이 가정만큼, 이것보다 더 잘 해내는 분들도 주위에 있으니 아예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17년간 회사생활만 한 나에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항상 꿈과 현실사이의 괴리가 존재하고 다소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목표일 수 있겠지만 얼마 전 같은 질문을 던지는 후배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근데 실장님, 퇴사하신 이유가 뭘까요?" 


"어. 로또 1등 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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