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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Nov 03. 2021

나와 맞지 않는 팀원과 일하는 방법

프레임의 지혜를 배우다

 커리어 우먼스러운 멀끔한 세미정장과 메이크업, 낭랑한 목소리로 영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성숙하게 대답하는 모습, 5년차 Recruiter(채용 담당자) 다운 말빨과 태도가 돋보이는 인터뷰.


 자영과의 첫 만남이었다.


 첫 만남에서부터 그녀는 본인을 ‘일 욕심 많은 사람’, ‘퍼주는 거 좋아하고 동료가 밥을 안 챙겨 먹으면 먹을걸 사주면서 잔소리하는 스타일’ 이라고 표현했다.


 본능적으로 ‘감’ 을 잡을 줄 알고, 당당한 모습이 맘에 들었고 그녀는 다음 채용 프로세스들도 무사히 통과하여 드디어 미나의 팀원이 되었다.



 처음 자영이 입사하고, 팀장 원년이자 새내기 팀장이었던 미나는 본인이 그동안 팀장들에게 목말라왔던 부분을 빠짐없이 챙겨주고픈 마음이 컸다. 미나가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팀장은 극과 극, 중간이 없었기에 Best 와 Worst 만큼은 어디에도 잘 설명할 자신이 있었다. 물론 본인이 직접 Best가 되는것과 Best는 이런거야~라고 떠드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까지도 잊지 못하는 감사한 팀장님들을 떠올리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다' 다짐했다. 그런데…



“팀장님, 자영대리가 이번에 이런 실수를 해서 저희 팀에서 너무 불편했어요.”


“팀장님, 자영대리는 말이 안 통해요!!” 까지…



 첫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적응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점점 컴플레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영은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유창하지만 어렸을 적 외국에 나가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까지 마친 덕에 ‘한외국인’ 스럽다.


 본인 왈, “친구들이 저보고 한국문화가 제게 이로울 때는 한국문화 얘기를 하고 외국문화가 제게 이로울 때는 외국문화 얘기를 꺼낸대요 호호호~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깔깔~” 이라고 말할 정도라고 할까.




 활발하고 솔직함, 거리낌이 없는 화술은 분명 그녀의 장점이다. 덕분에 생면부지의 모르는 남에게 연락을 해서 “저희 회사에 이런 자리가 생겼는데 혹시 관심있으세요? XX님의 경력과 너무 잘 맞을 것 같아요~” 라고 거리낌 없이 커리어 상담을 하기도 하고, 실제 좋은 인력을 회사로 모셔오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반면에 항상 스타트업에서, 외국계에서 ‘말’ 위주로만 업무를 한 탓에 글로 쓰는것과 정리하는 것이 부족했고 자기중심적이고 직설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즐겼다. 이메일을 쓰는 것도, 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5년차 직장인의 것은 아니었다. 이메일을 토씨하나까지 다시 고쳐 써주고 있는 미나는 본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이러려고 경력직을 뽑았나. 아무리 5년차라지만 엑셀 테스트라도 애초에 좀 보고 뽑을걸.’




 게다가 자영은 학습과 배움을 글로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넘어지고 깨져서 몸 구석구석에 배움을 새겨야 되는 스타일이었다. 책을 추천하고 강의를 추천해줘도 성과에 묻어 나오기 어려웠고 계속해서 실수가 발견되었다. 꼼꼼히 하나하나 정리를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미나는 ‘그녀는 나와 맞는 스타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과 자영을 향한 부정적인 피드백들이 어느덧 머리에 콕 박혀 ‘이제 외국대학나온 한외국인은 절대 안 뽑겠다’ 색안경까지 끼게 되었다. 자영의 ‘한외국인’스러운 소통방식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러 여기저기 사과하고 다니고 오해를 풀어주는 것도 지쳐갈 때 즈음, 자영이 임신 소식을 전해왔다.




 입사한 지 채 반년도 안 된 임산부를 팀원으로 모시고 일해야 할 줄이야. 축하한다 입으로는 전했지만 그녀도 나도 계속되는 악순환에 둘 다 지치고 힘들었을 때였다. 미나는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했다. 자영 또한 눈치를 보고 몇 날 며칠을 잠 못 이뤘다. 팀장1년차, 코로나로 인해 난생 처음해보는 업무들이 몰려오는 이 때에 그나마 동아줄인 줄 알았던 경력직 팀원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미나는 미나의 상사와 면담을 했다. 상사는 팀장이 처음인 미나가 생각을 전환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미나는 '그래, 내 손으로 뽑았다. 나를 믿어보자' 다짐했다. 팀원 A는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잘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녀를 다시 믿어보자. 색안경을 벗자.




 자영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업무를 주고 싶었다. 자영은 숫자와 통계, 문서에 약했고 그 부분은 계속 학습할 수 있도록 레퍼런스를 보여주고, 그녀의 자료들은 계속 고쳐주었다. 크리티컬한 숫자, 문서 작업은 다른 팀원에게 이관했다.




 본인도 솔직하고 당당한 자영은 상대방도 솔직하기를 바랐다. 상대방이 상처받을까 두려워 이리저리 돌려 말했던 피드백 방식도 바꿨다. 알아듣기 쉽게, 매우 직설적으로 얘기했고 내가 기대하는 바와 팀원의 현재 수준을 알려줬다.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왜 회사가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피드백을 바로 주기도 했다. 팀장님이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지 모르겠어요. 와 같은 피드백도 자주 오고 갔다.


 직원들, 노무사와도 많은 소통이 필요하며 집요하게 전후사정을 파악하고 때로는 말로 기선제압, 혹은 어르고 달래기가 필요한, 규정과 법이 명확이 있는 노무 업무들을 새롭게 부여했다.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그 약점을 누르는 강점을 강화 시키는 방향으로 피드백을 계속했다.



 스트렝스 파인더(Strength Finder) 라고 하는 Gallup사의 검사도 진행했다. 1~5순위로 서로의 강점이 무엇인 지 알 수 있었는데, 내 강점과 특성도 소개하고 자영이 가진 강점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우리가 그동안 왜그렇게 달랐는지 이해가 간다고 했다.




 어느덧 만삭을 지나 출산까지 순조로이 마치고 자영은 출산 휴가 중이다.


 종종 꿈에 미나가 나온다며 “팀장님~ 별일 없으세요? 꿈에 팀장님이 보였어요 ㅋㅋㅋ 저희 집에 언제 놀러오실거예요?” 연락을 주고 받았다.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프레임에서 시작되었고, 프레임에서 변화하였다. ‘나와 안맞는 한외국인’ 프레임으로 볼 때는 뭘 해도 나랑 안 맞고 다르기만 해 보였던 미나의 팀원이, '열심히 하려는 사람,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보니 노력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팀원들과 잘 어울리고 싶고 회사 직원들과 잘 동화되고 싶어서 음식도 싸오고, 그들에게 항상 먼저 개인적인 안부를 묻는 모습이 보였다. 일을 잘 하고 싶은데 자꾸 부정적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실수에 두려움이 생겼고, 보다 도전적으로 업무를 임하고 주변과 소통하지 못하는, '행동의 이면'이 보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문제는 나에게 있었을 수도 있다고 미나는 생각했다. 애초에 자영의 약점은 내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녀를 뽑은 것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 우리 팀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수 있는 영역이 있기 떄문에 그녀를 뽑았던 것이다. 팀장은 팀원의 강점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면 된다.


 나의 생각과 신념이 나의 행동을 바꾸고, 그 행동이 남도 바꾼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기대는 먼저 우리의 행동을 바꾼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그에 반응하는 타인의 행동을 바꾼다.

책 '프레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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