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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Jul 05. 2022

MZ세대 팀장의 생일선물


‘이번엔 또 무슨 선물을 해야하나...’


 박미나 팀장은 매년 몇 번씩은 꼭 찾아오는 팀원의 기념일, 팀원 탄신일이자 생일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원래도 저녁 회식을 선호하지 않는 요즘 세대 성향에 코로나까지 덮쳐 퇴근 후 팀원들과 함께하는 회식이나 술자리 문화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우선은 점심 같이 먹을만한 데나 찾아볼까..’ 미나는 회사 주변, 멀지 않은 곳에 맛집리스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창에 ‘XX동 맛집, XX동 점심회식’을 입력하고는 마우스 휠을 드르륵 드르륵 넘겨가며 정성을 다해 요즘 나름 ‘핫’하다는 맛집들을 찾았다.


 사실 미나가 이렇게 팀원의 생일에 특별히 신경 쓰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팀을 팀답게 이끌기 위해서는 팀장으로서 팀원과의 라포 형성이 참 중요한데, 평소에 소소하게 챙겨주고 칭찬하고, 격려하고, 피드백을 자주 주는 것도 좋지만 승진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이벤트에 조금 더 정성을 기울이면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미나가 팀원이던 시절에도 유효했다.

어떤 팀장은 “오늘 생일이야? 축하해~ 얼른 퇴근해~~” 하며 말로 넘기는가 하면, 어느 곳에서는 밖에 나가서 같이 밥먹고 케잌에 초 꽂고 불 붙여,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하루가 지나는가 하면, 어떤 팀장은 아예 생일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미나 또한 본인 생일을 회사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에 크게 의미도 없었고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여느 다른 해와 같이 똑 같은 생일날이었다. 달라진 것은 새로 온 팀장님뿐. 당시 미나는 20대, 팀장은 40대 중후반의 남성 팀장이었다. 팀장은 갑자기 선물과 손수 적은 카드를 미나에게 내밀었다. 예쁜 하트 모양의 알들이 반짝거리는 고가의 귀걸이였다.

“마누라 선물만 고민하다가 20대 선물사려니 어려워서 한참 고생했어야~”

얼굴 시꺼먼 중년 남자가 홀로 매장에 가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고심 끝에 선물을 골랐을 생각을 하니 왠지 짠해져 고마운 마음도 배로 컸고 감동도 많이 받았다.


 어떤 생일날은 모래를 선물로 받았다. 같은 팀 후배였는데, 사막으로 해외여행을 갔다가 담아온 무겁게 낑낑대며 담아온 모래를 작고 예쁜 유리병에 새로 담아 그날의 공기, 향기, 본인이 느낀 좋은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나눠준다고 했다. 바깥에 나가면 널린 게 모래고 흙인데, 그 후배가 그렇게 말하며 정성스럽게 의미를 담아 주니 어찌나 달라 보이던지.

그 시절 함께하던 동료, 후배, 팀장들은 그렇게 다 좋은 기억만 남았다. 미나도 팀원들에게 그런 비스무리한 기억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사실 MZ세대들은 더 센스 있고 특별한 선물들을 확실히 잘 안다. 인터넷, 인스타에 조금만 검색해봐도 신박하고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이 있다.

 하지만 꼭 신박하지 않아도, 꼭 매번 비싼 선물이 아니어도 괜찮다. 어느 날은 선물에, 어느 날은 식사에 힘을 줬다. 대기가 많이 필요한 신상 맛집을 미리 찾아 예약하고, 맛있는 것 서로 맛보면서 생일 축하를 전하더라도 그 정성이 다 다르다고 생각하는 미나였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팀원들에게, 가족만큼 똑같이는 아니어도 비슷하게라도,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서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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