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이라는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한 기사를 발견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7월, ‘팀장’ 키워드로 한 서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3.6%나 증가했다고 한다. 갑자기 모든 회사에 팀장이 늘어난 건 아닐 텐데, 판매량이 이렇게나 늘었을까?
기사에는 586세대 선배들에게 교육받았지만 MZ세대 후배들을 통솔해야 하는 30대 후반~40대 초반 팀장급 ‘낀 세대’ 들이 겪는 혼란을 겨냥한 실용서가 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 ‘까라면 까’라는 문화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MZ세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회사에서는 찾기 어려운 팀장 롤모델을 찾기 위해 이런 책을 찾는 팀장들이 늘었다고 했다.
‘낀 세대’, ‘꼰대’ 라는 말이 한참을 유행하더니 어느 날은 팀원이 미나에게 ‘할메니얼’을 아시냐 물었다. 한참을 고민해 보았지만 무릎을 탁 치는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박막례 할머니나 밀라논나 할머니처럼 MZ세대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그래도 그 세대에 비해 유투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나름 최신유행을 선도하는 할머니를 뜻하는 말인가? 싶었다.
“땡~! 팀장님, 그거 아니예요. 이거 좀 팀장님이랑 관련 있음ㅋㅋㅋ”
나랑 관련 있는 할머니라고 하니 썩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궁금은 하다.
“그럼 뭔데?”
“할매와 밀레니얼이 합쳐진 말인데, 밀레니얼 세대 지만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향인 사람을 부르는 말 이예요.”
아, 할매 입맛, 할매 취향의 밀레니얼을 부르는 말이었구나.
미나는 청국장, 누룽지, 두유, 콩비지, 콩국수, 흑임자, 인절미 같은 나름의 건강식(?)을 좋아한다. 과자도 음료도 초코보다는 견과류맛을 선호한다.
그 날은 그렇게 할매 입맛의 나를 칭하는 또다른 트렌디한 단어를 알았네 하고 팀원들과 하하호호 웃고 넘어갔다. 그런데 문득 본인을 돌아보며, ‘할메니얼이 할매 취향만 의미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할메니얼을 다르게 보면, 할매 처럼 살아야 하는 일찍 철 든 밀레니얼’ 은 아닐까?
어느 세대에나 애어른은 있기 마련이다. 좋게 보면 또래보다 성숙하다는 의미일 테고, 혹은 기존의 것, 올드한 느낌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2030이 주류가 되는 스타트업이 많이 늘어난 것도 있고, 최근 많은 기업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외치면서 점점 젊은 팀장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팀원들과 같은 세대라고 해서 무조건 말이 잘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미나 또한 MZ세대 팀장이다. 팀원들도 모두 MZ세대다.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는 팀원들은 가끔 미나를 ‘어르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언제부터인가 직장에서 흔한 가장 흔한 단어 중 하나가 된,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뜻하는 ‘꼰대’와는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고 싶다.
일하면서 원리 원칙, 논리를 따져 버릇해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K-장녀로 30년 넘게 살아서 그런 느낌이 풍길 수도 있다. 어렸을 적부터 생활기록부에는 ‘책임감’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또래보다 성숙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 어찌 보면 남들보다 조금 더 책임을 져야하고 어른스러워야 하는, 때로는 본인보다 손주들과 자식들을 먼저 챙기는 ‘할매’가 된다는 것은 아닐까. 회사에서 그런 할매가 되는 것에 세대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시대에나 기성세대 말 안 듣는 XXX 세대는 있었다. 신세대, X세대, 밀레니얼세대, 그리 지금의 MZ세대까지. 같은 세대여도 불통일 수 있고, 다른 세대여도 소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