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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Dec 01. 2022

멜랑꼴리는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다.

덴마크 동요 읽기 Solen er så rød, mor

노을은 태양의 죽음이다.

태양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태양은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되어 희망과 시작이 되기도 하고 한낮의 땡볕이 되어 힘든 고난과 역경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태양은 다가갈 수 없는 완벽함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무참하게 져버린 어둠 속에 숨어버린 패배자가 되기도 한다. 매일 뜨는 태양을 보며 우리는 나름의 의미를 찾고 각자의 세계에서 태양을 정의한다.


덴마크 동요 <엄마, 태양이 너무 빨갛다> 원제 <Solen er så rød>에서는 하루가 지는 저녁 하늘 태양의 모습을 보며 아이는 “태양이 죽는다”라고 표현한다. 빨간 노을, 태양의 죽음을 말하는 아이. 그 마음속의 이야기를 전하는 덴마크 동요 하나를 소개한다.


노래 들어보기>>


노랫말은 이렇다.


엄마, 태양이 정말 빨개.

그리고 숲은 검은색이 되었어.

이제 태양은 죽었고

하루는 끝이 났어.

여우가 밖에 있어, 엄마

우리 집 문을 열어.

엄마, 내 베개 옆으로 와서 앉아.

그리고 나에게 작은 노래를 불러 줘.


엄마, 하늘은 정말 크고 별들은 청명하게 반짝여

저 파란 별에는 어느 괴물이 살고 있는 거야.

저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남자아이야?

저 아이도 침대에서 잠들까?

내가 그러는 것처럼?


엄마, 왜 밤이 되는 거야?

왜 밤은 추워지고 바람은 세찬거야?

고양이가 들어오고 싶어서

우는 소리 들려?

갈매기와 제비갈매기는

갈 곳이 없나 봐.

어, 잘 들어봐. 별들이 노래를 해.

내 마음에 평안을 주는 노래를 들려줘.



동요와 죽음


이 노래는 오랜 시간을 거쳐 생존한 노래이다. 노랫말은 1915년에 하롤드 베아오스테트(Harold Bergstedt)가 썼고 작곡은 칼 넬센(Carl Nielsen)에 의해 작사 작곡되었다. 칼 넬센은 덴마크 음악에 가장 크게 공헌한 존경받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이다. 저명한 작곡가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가사는 더욱 선명하게 살아나는 듯하다.


아이들이 듣고 부르는 노래에 갑자기 ‘죽음’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좀 놀랐다. 가사에도 검고, 어둡고, 차갑고, 괴상하고,두려움이 느껴져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이들 노래에 죽음을 말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언젠가는 인생에 대해 죽음에 대해 이해시켜야 할 때가 찾아오기에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덴마크에서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덴마크 부모들은 전쟁이나 코로나 같은 상황에서 죽음에 대해 설명을 주려 노력하는 모습들을 봤다)



아이들에게 멜랑꼴리에 대해 말하다.

멜랑꼴리(Melancholy)라는 말은,

“이유 없이 깊은 슬픔에 잠긴 느낌을 가리키는 '우울감', 즉 심리적 고통으로 번역된다. “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우울하고, 애잔하고, 가라앉는 마음에 대해 그런 느낌이 아이에게 전달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부분도 있었다. 무겁고, 멜랑꼴리 한 감정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노래를천천히 다시 한번 들어보고 그 감정들을 하나하나 느껴보려고 했다.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멜랑꼴리함을 마주하니 천천히 밀려오는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감정들이 숨어있었다.


놀랍게도 15세기에 멜랑꼴리는 천재성을 드러내는 특징의 하나라고 생각했었단다. 창의력이 발휘되려면 이러한 멜랑꼴리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멜랑꼴리 한 감정들도 어렸을 때부터 오래도록 가져온 감정의 한 부분이기도 하고  표현되어도 될만한 소중한 감정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쩌면 선입견에 사로잡혀 표현하기를 두려워했던 건 아닐까.


멜랑꼴리는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노래는 태양이 지는 시간의 감정, 밤이 무서운 아이의 마음이 잘 묘사된 노래다. 아이의 무겁고, 두렵고, 어두운  감정들을 온전히 표현하고 그 마음을 평온함으로 이끄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어른들만이 멜랑꼴리를 느낄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밤이 되고 살며시 찾아오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을 아이는 느낄 ‘자유’ 꺼내 말할 ‘허락’을 주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Højskolesangbogen.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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