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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찌니 Apr 14. 2024

이상한 나라의 어른이

"내가 어른이라고?"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홀린 듯 달려 나오는 길 등 뒤로 뭐라고 불러대는 것 같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달려 나오고 보니 문득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잠시 멈춰서 상황을 곱씹어본다.


'내가 어른이라고?'

'왜? 어떻게? 이게 무슨 일이지?' 정신을 차려야 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아야 한다. 상황을 찬찬히 곱씹어 보며 조금 진정이 되고 보니 화장실이 급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현금이 있을 리 만무하다. 급한 대로 근처 화장실을 찾아 눈에 보이는 관공서로 들어가 급한불부터 끄고 본다.


공중화장실로 들어가 급한 일을 처리하고 나오는 길 거울을 보는 순간 잠시 잊고 있던 충격에 다시 휩싸인다.

거울 속의 얼굴이 역시나 낯설다.

어제까지의 얼굴은 분명 앳된 초등학생이었는데 거울 속에 보이는 얼굴은 영락없는 아저씨다.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엄마가 보고 싶다. 이 상황에서 빨리 깨고 싶은 맘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데 엄마 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경찰서 앞을 서성이다 죄지은 것도 없지만 무서운 경찰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겁이 나 도무지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참을 서성이고 있으니 문이 열리며 앳된 얼굴의 경찰아저씨가 나온다.

 "어떻게 오셨죠? 아버님?  들어오셔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실까요?"


'또, 또!! 왜 자꾸 아버님이래'


이번에도 아버님이라 한다. 자꾸만 아버님이라 그런다.

그러고 보니 아까 거울에 보이던 얼굴이 아빠랑 비슷해 보이긴 했다. 아빠랑 비슷한 나이인 건가.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수상하게 생각하는 듯한 경찰아저씨의 표정이 언뜻 무서워져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다. 또 등뒤로 멈추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미친 듯이 달렸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눈에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갑자기 너무 무섭고 이 모든 상황이 서러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게 대체 뭔 일이냐고, 나한테 왜 이러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그렇게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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