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찌니 Apr 21. 2024

매일이 다른 오늘

결심이 필요해

"오영씨, 일어나 보세요. 오영씨"


잠든 척하다 진짜 잠이 들어 버렸나 보다.

'응?' 부스스 일어나며 주변을 둘러본다.

머리맡에 둥그렇게 둘러싸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들이 부담스럽다. 뿌연 시야를 슥슥 비비며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응? 누구..? 으응??!!'


엄마다!!!

가까스로 멈췄던 눈물이 수도꼭지를 튼 듯 펑펑 쏟아진다.

꺼이꺼이 목놓아 울며 뭐라 한참을 웅얼거렸다.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 토닥거림으로 덩치가 두 배는 되는 아들을 스담거려준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등을 쓰다듬어 주다 보니 어느새 눈물도 흐느낌도 잦아든다.

감정이 소강상태가 되다 보니  그제야 등에 닿는 엄마의 손이, 안아주고 있는 엄마의 체구가 꽤나 왜소하고 마른 것이 느껴진다. 또 다른 낯선 감정이다.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본다. 희끗한 머리에 이마와 눈가엔 탱탱하고 젊은 건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자글자글한 주름에 깊게 파인 세로 주름은 그동안의 시간들을 말해주는 듯했다. 얼마나 급하게 달려 나오셨는지 신발이 짝짝이에 한쪽은 양말도 신지 않은 상태다.

순간 엄마의 신발에 웃음이 터진다.


"엄마 신발이 이게 뭐야~짝짝이네 짝짝이!! 푸하하하~"

느닷없는 웃음에 미친놈 보듯 쳐다보는  시선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엄마가 왔다. 지금 곁에는 엄마가 있다!!


한참을 경찰과 실랑이를 하던 엄마는 이내  다시 돌아와 배고프지 않냐 물어본다. 그제야 미친듯한 허기짐이 뱃속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음을 눈치챈다.

배시시 웃으며 엄마손을 잡고 어리광을 부린다.

"엄마 나 돈가스 사줘, 치즈돈가스!!"



어딘가 조금은 낡고 낯선 방에 들어가 늘 눕던 침대에 걸터앉았다. 큰 컵에 우유 한잔 가득 받아 들고 앉은자리에서 엄마의 입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도 지났고 그 사이 결혼도 했었고 갓 입학한 8살 딸이 있다 했다. 사정이 있어 지금은 잠시 떨어져 있고 엄마와도 4년 만에 보는 거라 했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엄마의 손은 내내 미세하게 떨렸고 목소리는 살짝 흥분되어있었다. 최대한 담담한 척했지만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금세라도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엄마의 표정은 속상함과 반가움이 섞인 묘한 표정이 계속 스쳐 지나갔지만 그 이유를 그때는 몰랐다.

이해되지 않는 지금 순간이 엄마도 당황스러우시겠지 생각하다 짐짓 좀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좀 멋진데 싶어 기특해졌다. 이내 거울을 보고 기특함은 좌절로 바뀌긴 했지만 순간은 꽤나 안전하고 편안하고 행복했다.

오늘하루 가장 마음이 놓이는 순간.


너무 많은 이야기 속에 당장 이해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저 털썩 침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본다. 이러다 눈뜨면 모든 게 꿈이길 바라면서 그대로 잠을 청했다.

잠이 들리 만무했... 지.. 만 이내 잠들어 버렸다.

고단한 하루였다.


이전 03화 이것도 처음, 저것도 처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