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자기만의 우물 안에 갇혀 있으면서도 갇힌 줄도 모르고 그 우물 안의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우물 밖의 사람들을 판단, 정죄하는 자들 만큼 상대하기 힘든 사람도 없다.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문제를 우물 밖에서 찾는다. 그들의 우물이 곧 완전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우물 밖은 타락한 곳이자 범죄 한 세상일 뿐이다. 세상을 우물 안과 밖으로, 빛과 어둠으로 양분하는 그들에게 과연 구원이 있을까? 본인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자에게만 가능하지 않을까? 본인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데 구원이란 게 필요하기나 할까? 그들은 이미 구원을 받았다고 믿고 있진 않을까?
진정한 구원은 철저히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법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자에게 자력 구원은 주어진 적이 없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한하고 미래를 알지 못하며 타자와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면 결코 현재 자신의 공적 좌표를 알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우물 밖의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 없이는 우물 안 세상도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는 말이다. 타락은 정해진 수순일 수밖에 없다. 고인 우물은 썩기 마련이다.
우물 안에서 천사처럼 친절하고 상냥하고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내뱉는 판단과 정죄의 속삭임만큼 혐오스러운 소리도 없다. 설탕이 듬뿍 발린 비수랄까. 나름 타자를 배려한답시고 우아하게 비유까지 써가며 넌지시 건네는 그들의 화법은 단 1초도 듣고 있기가 어렵다. 나의 인내심이 모자란 걸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나는 번번이 그들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데 실패한다. 아, 나 역시 그들과 반대편에 서 있을 뿐 똑같이 비열한 걸까? 나도 한낱 인간이고 내가 서 있는 곳이 그 사람들의 우물 밖일 뿐 다른 사람들과 매한가지 아닐까?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뿐 다른 우물 안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오블완_티스토리챌린지_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