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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의꿈 Oct 19. 2021

그만 싸우고 싶어서 200만 원을 썼다

중립적이고 신뢰감 높은 중재자 찾기

“네, 두 분이서 시간당 50만 원이십니다”

"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몇 군데 센터를 알아보았으나, 심리 상담 비용은 생각보다 정말 비쌌다. 주변에 경험자가 없으니 추천을 받거나 자문을 구할 수도 없었다. 사실 심리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주변에 말하기도 조금 부끄럽고, 힘들었다. 그래서 일단 초록색 검색창에 '커플 상담'이라고 쳐보고 상단에 있는 몇 개 좋아 보이는, 방송 출연한 원장님이 있는 그런 곳에 전화와 카카오톡 문의를 해보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었다.


오은영 박사님 상담 비용은 시간 당 70이상라고 한다..


비용이 얼만지 몰랐을 때는 100만 원이면 둘이서 10번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근데 웬걸. 2번 받으면 끝날 금액이었다. 비용을 인 당 5만 원으로 줄여서 알아보니 크몽이나 연애 유튜버들의 1:1 상담, 픽업 아티스트들의 블로그 상담 등을 받을 수 있었다. 공신력이 없는 분들께 상담을 받는 것은 연애 잘하는 친구들에게 상담을 받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신뢰감이 없다고 느껴지니 크게 투자가치가 없어 보였다.


출처 소풍 심리 상담 센터


친구가 아닌 제 3자에게 우리의 문제를 말하고, 해결책을 얻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에서 관계의 문제를 바라봐줄 수 있는, 신뢰감 높은 중재자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친구들은 이미 다 내 편이었고, 엄마 아빠도 당연히 내 편을 들게 자명했기 때문에 이제 그 누구에게도 해결책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내가 상담센터를 찾은 기준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신뢰도가 있을 것(전문 학위 취득이나 방송 출연)

2. 조작하지 않은 긍정적인 후기가 많을 것

3. 교통편이 좋을 것(둘의 중간 지점)


그래서 3번 기준으로 ㅇㅇ지역 이름을 포함해서 '부부상담', '커플 상담', '심리상담' 키워드로 검색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꽤 깔끔한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진솔해 보이는 후기를 가진 m심리상담센터를 찾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정말 신기하게도 싸우지 않아요. ㅇㅇ 선생님 감사합니다"

"20회를 마지막으로 이제 졸업합니다. 이혼하려고 했던 저와 남편 모두 이제 많이 바뀐 것 같네요"


이 후기 댓글들은 내가 결정적으로  m센터 원장님의 방문을 열게 만들었고, 결정적인 신뢰감을 주었다. '정말 이혼을 막았다고? 싸우지 않는다고?' 투자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m심리상담센터에는 원장님과 여러 명의 수석 연구원 분들이 있었다. 원장님은 1회 당 20만 원이었고, 연구원 분들은 16~17만 원 정도로 원장님보다는 조금 저렴했다. 하지만 상남친(상남자+친구)의 강력한 주장으로 3만 원 더 내고 최고 전문가의 권위를 경험해보기로 했고, 그렇게 80분에 20만 원을, 각각 10만 원씩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5-10회 정도 받았을 때 가장 효과가 좋다는 조언과 함께 총 200만 원을 쓰기로 결심했다.

루이비통 알마. 약 160만 원이다


(사실 200이면 루이비통 가방 하나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나는 상담이 나를 알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큰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우리의 치열하고, 값비싸고, 가끔은 빡치는 상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상담에서 원장 선생님이 말해준 에피소드는 내가 그녀를 내 삶의 중재자로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저는요, 지금 남편이 연애 시절 저를 엄청 좋아해 주고, 제발 결혼해달라고 졸졸 따라다녀서 결혼했어요. 그런데요 웬걸, 결혼하고 보니 완전 딴 사람인 거예요. 속은 거죠. 사업한다고 술도 많이 먹고 집안일은 도와주지도 않고요. 말투도 거친 사람이었던 거죠. 제가요, 결혼하고 너무 속 터지고 어디 말할 곳이 없어서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이혼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이죠.”


상담 원장님은 선천적으로 정답을 실천하며, 고상하게 상담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었다. 피나는 노력과 투쟁을 통해서 본인의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척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와 동일한 고통을 경험한 적이 있었고, 그것을 극복한 것이다. 나는 그녀를 나의 문제를 해결할 권위자로 인정했고, 시간과 돈을 투자할 가치와 자격이 있다고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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