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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의꿈 Oct 23. 2021

연인에게 어디까지 솔직해야 할까?

사적인 부분을 전부 다 말할 필요는 없다

" 여자 친구한테 너희랑 여행 가는   안 해"



여자 친구와 5년 간의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앞둔 친구 A는 여자 친구에게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해 여 3, 남 3으로 엮인 소규모 동기 모임은 에어비앤비에서 술을 마신 적도 있고, 3년 전에 나를 제외하고 4명이서 2:2 혼성 부산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친구 A는 혼성 여행의 사실을 여자 친구(예비신부)에게 말하지 않았다. 여행뿐만 아니라 우리를 만나서 술을 먹는 일이나 여사친과 1:1로 만나서 밥을 먹는 것, 그리고 사적인 일들 중에서 여자 친구와 마찰이 있을 것 같거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모두 '검열'한다.


그렇다고 내 친구가 뒤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거나 다른 부도덕적 일을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 친구는 굉장히 올곧고 도덕적인 편이며, 올곧은 사랑꾼이기 때문이다. 단지 불필요한 싸움은 미리 피하기 위한 장치로 '말하지 않는 것'을 택할 뿐이다.


다른 남자 동기 B는 결국 혼성 부산 여행으로 인해 이별을 맞이했다. 우리는 정말 친구 사이인 게 분명하지만(100퍼센트 확답하기는 힘들겠지만 나는 아님) 그 여행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던 B의 여자 친구분은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그날의 상담은 '강박적 솔직',  말하지 않아도 되는  굳이 말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출처 삼성화재 NEWS


"연인에게 모든 걸 말하고 솔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강박적 솔직'입니다. 굳이 말하지 않고 적절히 숨기고 모든 걸 말하지 않는 것도 관계를 긍정적으로 헤쳐나갈 해안입니다"


그날 원장님은 너무 솔직한 화법을 가진 상남친에게 그 말을 전달했다. 때는 내가 대전에 놀러 갔을 때인데, 그날 서울로 돌아갈까, 아니면 대전에서 더 놀다 갈까 고민하던 날이었다. 명확하게 의사소통하지 않은 나도 문제이지만 내가 한창 고민을 하고 있던 저녁 7시 정도에 상남친이 불을 지핀 것이다.


남 : 너 언제가? 너 오늘 안 자고 가면 나 이따 회사형이랑 술 먹을라고. 회사형이 저녁에 맥주 한 잔 가능하냐고 물어보네.

여 : 뭐? 나 오늘 여기서 있다가 생각도 했었는데. 먼길 온 사람한테 더 있다 가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집에 언제 가냐고 물어보다니. 지금까지 나랑 있었던 게 지루한 거야??

남 : 아니 일정 미리 물어보는 것도 안되니?

여 : 기분이 나쁘네. 가라고 하는 걸 비유적으로 말하는 거 같잖아.


아무튼 그날 나는 기분이 나빠서 마지막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대전까지 가서 싸우고 돌아왔다


이 사건에 대해 원장님은 '강박적 솔직함'을 가진 상남친에게 조언을 했다.


"여자분은 상남친씨가 집에 언제 가냐고 물어보는 것을 '빨리 집에 가지...라고 느끼시는  같아요.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강박적 솔직'이에요.

  형에게 나중에 상황 봐서 연락한다고 하고 여자 친구분이 서울로 돌아간 이후에 연락을 하는 게 았겠죠?  과정을 여자분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는  같아요"


그렇다. 나는 사실 나에게 언제 집 가냐고 물어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부부가 되면 안 설렌다고 한다


사실 남자 친구는 너무나도 솔직한 편이다가식이 없어서 좋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상처가  때도 많았다.


"만난 지 4년이 넘었는데 설레면 그건 어디 아픈 거야"

"서로 같이 편하게 지낼 사이인데 뭘 격식차리면서 데이트를 해!"


나랑 있으면 설레냐는 질문에 그건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데이트 때는 전용 츄리닝만 입는다. 솔직함상처가  때도 많았다.


"여자분도 의사소통을 좀 더 명확하게 하셨어야 했어요. 물론 집에 갈지 말지 고민하는 과정에 있으셨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한다고 함축시킬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늘은 나랑 있는 날이야! 그러니까 안된다고 해'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실 그렇게 말했다가 거절당하는 게 자존심 상해서 말하지 않은 거예요!"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고 의사소통을 제대로 안 하시면 안 됩니다.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의 영역의 범위를 합의하는 게 중요한 것이지요."


공효진은 주로 솔직한 연애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직설적이고 명확하면 좋겠지하지만 명확하게 말하면 거절당할 리스크가 크다고 느껴서  스스로 그런 화법을 피했던 것이 아닐까?


솔직한 것과 명확한 것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다시 동기 A를 떠올렸다.  남자 친구가 너무 솔직해서 

이라고 한다면, 동기 A처럼 여자 친구와 갈등이 될만한 요소들을 모두 숨기는 것은 과연 '강박적 솔직'보다 나은 것일까? 아예 말하지 않는 것은 단지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요소가 아닌가. 서로의 소신을 지키면서 큰 싸움이 될만한 요소들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하지만 친구 A의 부인은 10년 간 그가 몰래 숨기고 했던 행동들을 들으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 같다.


결국 회사에서는 솔직하지 말라는 말이다


상담이 끝나고 정답이 없는 질문들을 되뇌면서 오늘도 회사에서나, 관계에서나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것 일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나, 오랜 관계를 맺으면서 느낀 건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않고,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않는 무던함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 감정에 무뎌지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인가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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