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늘 그렇듯 어색했다. 우리는 학교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며 서로의 진로와 인생에 대해 논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눴던 대화는 피상적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기와 즐겁게 인사를 나누지만 속으로 어색해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 근황을 억지로 묻는 대화와 비슷하였다. 물론, 속마음은 전혀 달랐지만.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약속의 일상적인 패턴을 따라간 후 우리는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끝으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아 씨발, 왜 그랬지 라는 생각만 계속 맴돌았다. 좀만 더 물어볼걸.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너도 너에 대한 나의 마음과 같니? 아니, 다시. 천천히. 너도 혹시 여자 좋아하니? 바로 이 질문이었다.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우리 같은 출발점에 설 수 있을까? 완주하기를 바라지도 않아. 단지 같이 시작만 하고 싶을 뿐이야. 사랑에 완성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이러한 간절한 생각들을 하며 나는 내 자신을 자책하고 닥쳐오는 수많은 일상들을 극복하였다.
그것에 대한 보상일까. 찬희는 나한테 먼저 카톡을 하였고 우리는 이번에 칵테일바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기회였다. 술기운에 기대어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은 선에서 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기회. 우리는 처음부터 도수가 높은 칵테일을 시켰고 빠르게 취하기 시작하였다. 편안했다.
“찬희야, 나 1학년 때부터 너랑 친해지고 싶었어.”
“진짜? 나는 너가 날 피해서 날 싫어하는 줄 알았어.”
우리와 같은 성별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 내가 연모하는 상대, 기분 좋게 오른 취기. 완벽함.
“아니야, 사실 나 너 좋아해서 그런 거야.”
수많은 미사어구로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을 치장하고 싶지 않아. 오롯이 내 감정만을 전달하고 싶어. 부담 갖지 마. 너가 날 피하기 시작하면 난 정말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아.
여기서부터 내 본 자아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언제부터, 어떻게 여자를 좋아한다는 내 정체성을 인정하게 되었는지, 누구한테 털어놓았는지. 찬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도 여자를 좋아하며 연애 경험을 털어 놓았고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서로의 속마음과 삶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찬희는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근데 나를 왜 좋아해?”
찬희야, 너의 목소리와 웃음이 얼마나 나를 장악했는지 몰라. 그냥 넌 내 전부야. 그만큼 찬희야, 난 널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