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0억이 생긴다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이다. 우선 집 한 채를 살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인 망원동에 아파트 한 채를 사고, 운전면허를 딴 후 차 한 대를 사고, 그 다음에 무얼 하지? 아! 새 집에 걸맞는 가전가구들을 사야지. 한동안 정신 없겠지만 즐거운 나날들일 것이다. 이사도 하고 가전가구도 사고 차도 사고. 대한민국 평균 사람들의 일생 목표인 나만의 집 사기를 달성했다!
그 후? 여행을 간다. 남편이 좋아하는 맨시티의 축구 현장을 보러. 영국만 가기에는 아쉽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남부, 파리를 여행한다. 한국에 귀국해 잠시 쉬었다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도시인 뉴욕을 여행한다. 간 김에 한 달 살기를 실행한다. 뉴욕의 바쁜 공기와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었던 MOMA 미술관을 방문하고 온갖 갤러리들을 방문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왕 미국에 왔으니 미국 남부 여행을 시행한다. 자동차를 끌고 ‘델마와 루이스’의 주인공들처럼 드넓은 도로를 달린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다. 현재를 즐긴다.
이만큼 여행하면 당분간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겠지. 대충 시간은 6개월 정도 흘렀을 것이다. 이제 무얼 할까? 결혼 스냅 사진을 찍고 싶다. 빈티지 스타일로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도시인 서울에서 나와 남편의 젊은 나날들을 기록하고 싶다. 훗날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너가 세상에 나오기 전, 엄마와 아빠는 이렇게 생겼다고, 이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고 보여주고 싶다. 결혼식? 결혼식은 좀더 생각해 봐야 한다. 결혼이 가족과 가족 간의 결합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다. 결혼식이라는 허울으로 동창회를 만들고 싶지도 않고 이름도 알지 못하는 친척들을 초대하고 싶지도 않다. 결혼은 나와 남편만의 것이고 싶다. 나와 남편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그 누구의 참견, 조언, 도움도 받고 싶지 않다.
이제 불로소득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 건물 한 채를 산다. 아직 내 경제 지식이 부족해 평생 소득을 벌 방안을 모르겠지만 그때쯤이면 사람을 고용해서 방안을 생각해 내지 않을까.
아! 아이를 낳고 싶다. 돈, 집, 차도 있다, 아이에게 쏟을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있으니. 딸 한 명, 아들 한 명 낳고 싶다. 딸과 아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의 최대치를 주고 싶다. 딸, 아들 옆에 남편이 같이 잠든 모습을 보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겠지? 꼬물이 세 명이다.
여기까지가 내 상상력이다. 아기를 낳고 난 후? 아이들이 다 커버리면? 그 후는 상상할 수 없다. 아마 중년, 노년이 된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어서일까? 지금까지 쓴 글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신기루 같다. 닿을 것 같지만 닿이지 않는.
요새 일이 없어서 인가. 일이 너무 없어 심심할 정도이다. 수업 문의가 마구마구 들어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