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아름나무


애착이라는 건 참 무섭다. 애착의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소든 우리는 그것과 이별할 때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사람이나 사물에 정이 들어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마음. '애착'의 사전적 정의. 아무 의미 없던 무언가는 누군가와 애착이라는 실로 묶이는 순간, 단번에 소중해진다. 그래서 쉽게 버려지지 않고, 잊히지도 않는다.


나에겐 그런 애착의 장소가 있다. 떠나기 어려웠고, 떠난 후엔 아예 내 마음속으로 옮겨버린 곳. 마음에만 두기엔 너무 소중해서 이제는 글로 옮기고 싶은 곳.


2021년 12월 29일. 1년 반 만에 다시 돌아온 런던이었다. 그때 영국은 크리스마스 휴일 기간(12월 25일~1월 1일)이어서 도시 전체가 조용해 차분히 짐을 풀고 마음을 새롭게 하기 딱이었다. 새 학기 개강까지 남은 3주 남짓의 시간. 그사이 잠시 머물 동네로 나는 배터시(Battersea)를 선택했다. 템즈강 남쪽, 약간 서쪽에 자리 잡은 그 동네는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부터 대규모 재개발이 한창이었다. 내가 막 도착했을 무렵, 배터시엔 새로 생긴 튜브 (런던의 지하철) 역이 있었고, 어두침침했던 그전과는 달리 마치 기지개를 켜고 몸을 살살 움직이듯 활기찬 기운이 돌고 있었다. 1980년대까지 운행했던 배터시 화력 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는 복합 쇼핑몰로 탈바꿈하고 있었고, 그야말로 동네 전체가 핫한 동네로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나중에 만난 S (배터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는 자신의 동네를 이렇게 소개했다.

"여기가 진짜 히든 잼(Hidden gem)이야."

*Hidden gem: 직역하자면 숨겨진 보석이라는 뜻,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정말 괜찮고 특별한 장소나 사람, 경험


사실 나는 배터시가 그런 곳인지도 몰랐다. 그저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방을 구할 때까지 머물 곳으로, 하나의 조건만 생각했다. '다시 런던에 가면 꼭 공원 근처에서 살 거야.' 그 단순한 이유 하나가, 2주만 머물려던 나를 2년이나 살게 했다. 그 2년 동안 내가 그 동네를 몹시 사랑했던 이유.

배터시 파크 (Battersea Park), 나의 애착 장소이자, 고요하고 친밀한 친구.


2025년 3월. 런던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은 들은 질문이 있다.

"도로시, 런던을 떠나면 뭐가 제일 그리울 것 같아?"

나의 대답은 늘 같았다.


"배터시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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