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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일 Jun 20. 2021

30세 백수로서의 마지막 일기(1)

백수가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한 달이 넘어가도록 브런치에 글을 못 올린 이유가 있다. 다른 분들의 글도 많이 읽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취직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매거진 제목이 30세 백수의 세상 일기였거늘. 이제 더 이상 백수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 매거진은 제목이 바뀔 것 같다. 이 글에서는 근황과 그동안 백수로서 했던 돈 벌 궁리들을 소개하겠다.


그동안 나는 작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부모님 공장에서 했던 알바로 모은 돈을 쓰면서 살고 있었다. 졸업 작품을 끝내고 제출한 후에 곧바로 알바를 시작했다. 마침 공장에도 일손이 필요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겨울이 되면 공장은 덜 바빠져서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12월에 졸업전시회를 마치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대학을 10년 다닌 여자>에서도 쓰겠지만 중간에 학교 추천으로 한 번 본 면접은 떨어졌다.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업계지만 돈 한 푼 벌지 않으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도 돈을 벌고 싶었고,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들이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이었다.


현재도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긴 하다(누르면 링크 이동). 이 곳엔 브런치에 있는 글들을 거의 그대로 옮기고 있다. 인스타에서 브런치로의 유입을 바라고 한 일이었는데,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다. 딱 한 분이 인스타를 타고 와서 구독해주셨다. 그분께 참 감사하다. 유입 효과 없는 인스타그램 계정과 아직 글이 몇 편 없는 브런치.... 백수로서 당장의 수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인스타에서 소비자들의 기호를 조사한 후에 귀여운 캐릭터들을 그려서 내 브랜드를 만들까 생각했다. 12월에 구상해놓은 틀이 어느 정도 있어서 그걸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도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물건을 팔기보다는 우리 집은 공장이 있으니까, 우리 물건을 팔고 싶었다. 사실 이것도 12월에 조금씩 공부하고 있었던 거라 스토어 개설하고 사업자 등록도 이미 해놓은 상태였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합격하고 글을 올리면서 잠시 미루어 두었던 공부였는데, 이제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5월 17일까지의 나는 그랬다.


그런데 5월 17일, 외주를 구하는 글을 본 후,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며칠만 하면 몇십만 원이 들어온다니. 돈에 급한 나는 무조건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일은 예상보다 어려웠고 분량이 많았다. 나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며칠 동안을 허덕였다. 급한 일인지 그 일 끝나고도 외주는 또 들어왔다. 나는 당연히 마다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얘기가 나왔다. 입사 제안을 받은 것이다. 심지어 내가 외주 하는 팀도 아니고 원래 학교 다닐 때부터 가고 싶었던 기획 쪽이었다. 못 들어 본 회사도 아니고.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포트폴리오 부분도 그쪽에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창작 활동을 많이 못 하는 포지션인데 괜찮겠냐는 식이었다. 급하게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봤다. 그리고 합격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글을 쓰면서도 아직까지 황당하다. 이렇게 취직을 하게 되다니. 얼떨떨하지만 기쁘다.


준비했던 것들은 언젠가 하고 싶다. 또 정확히 어떤 주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내 책도 내고 싶기 때문에, 브런치와 지금 있는 인스타는 당연히 계속할 예정이다. 여태까지 <30세 백수의 세상 일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조금이나마 백수의 일상을 엿보시면서 공감하셨기를. 그런 의미에서 다음 글은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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