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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당재 Sep 29. 2021

여행을 꿈꾸다

제주 D-14

도시에서의 삶은 돈 쓰는 걸로 기록된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부모님을 모시고 목욕탕에 갔다.

어머니가 티켓 두 장을 줘서 

옛날처럼 탕 속에 아버지와 얼굴만 내밀고 있었다.

이윽고 얼굴이 달아오르자 탕에서 나와 아버지 등을 밀어 드렸다.

아버지의 건장했던 팔과 다리는 홀쭉해져서 흰 피부가 늘어져 있다.




목욕을 마치고 점심을 매콤한 주꾸미 덧밥이라도 먹으려 했으나

어머니는 이가 안 좋아 주꾸미를 깨물 자신이 없다 하신다.

그래서 삼겹살 구이를 먹자고 하자, 또 직화는 건강에 안 좋다 하셨다.

보쌈집을 찾았으나 주변에 없어서 그냥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비 오는 날엔 얼큰한 멸치 칼국수도 좋다.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는 데 

비는 계속 와서 잠이 쏟아졌다. 커피숍에 가려고 했으나 

그냥 집으로 돌아와 혼곤한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깨니 날은 저물고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다리를 보자 

모기 물린 자리가 별자리처럼 붉다^^


새벽에 모기 때문에 잠깐 깬 것이 생각났다.

소리가 나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 

헌혈을 하는 수밖에... 

어쩌면 조금씩 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를 사육하는지도 모른고 생각했다..

누나에게 전화하니 

 '집마다 모기 한 마리씩은 키운다'라고 했다.


우산을 들고 가을비를 맞으며 약국에 갔다.

큰길 가에 접해 유일하게 불이 켜진 약국을 들어가자  

중년의 여자가 코로나 접종 후 소화가 안 된다며 상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 가는 약국의 진열대를 돌며 

비타민이며, 파스며, 가정 응급약 칸 아래 전자 모기약을 집어서 계산했다.

약국에서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탄산음료를 한 병 샀다.

점심에 먹은 것이 소화가 되지 않아서

속이 더부룩했기 때문이다.

비에 젖은 편의점 간판과 함께 

비를 맞으며 탄산음료를 마셨다.


문득, 도시에서 삶은 돈 쓰는 것으로 기록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여행은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밤늦게까지 가을비가 추적거렸고

비 오는 창 밖 가로등을 보면서

K와 함께 할 제주의 밤을 생각했다.


K는 몸이 안 좋아져서 가려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맛보기를 좋아하는 

내 식성대로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제주의 건강음식점들을 찾아볼 생각을 하다가

재미가 없어 그만두었다.

일단 가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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