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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Sep 25. 2020

추천하고 싶은 육아 "급속 충전법"

급속 충전도 능력이야

우리 집에는 두 가지의 핸드폰 충전기가 있다. 하나는 급속 충전기, 다른 하나는 일반 충전기.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정말 충전이 빠르게 된다. 시간을 따로 재어보진 않았지만 두 배 정도 빠르게 충전되는 듯싶다. 어디 나가기 전 휴대폰 배터리를 확인했는데 50% 미만이다. 정말 난감하다. 이럴 때 급속 충전기 30분만 해도 금방 충전된다. 작년 핸드폰을 새로 바꾸기 전까지는 일반 충전기로 적어도 2-3시간은 충전해야 완충이 되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 편리해진 것 같다.




그런 날이 있다.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이런 날은 육아하기 참 어려운 날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약골 체력이었다. 엄마와 할머니가 나에게 붙여준 별명은 문어였다. 문어처럼 흐느적거린다고 해서 말이다. 아침잠도 정말 많았다. 오죽했으면 학창 시절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엄마가 바가지에 물을 가지고 와서 뿌린 적도 있다.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가방도 벗지 않고 양치질을 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채로 양치하던 나는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엄마와 동생이 기가 막혀서 찍어둔 사진이 아직까지 있다. 정말 흑역사가 따로 없다.




약골인 내가 아기를 낳았을 때 우리 엄마는 특히나 걱정이 컸다. 체력적으로 약하디 약한 내가 아기를 키운다니 걱정이 될 만도 하다. 셋째 임신 소식을 알려드렸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듣자마자 바로 등 스매싱을 날리며 "미쳤냐."라는 첫마디를 내뱉으셨다. 그 당시에 서운했긴 했지만 엄마 딴에는 자식 걱정에 앞서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 거다. 아무리 셋 모두 계획 임신을 했다지만 육아는 결단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싱글일 때의 나와 엄마로서의 나는 달랐다. 엄마가 되면 자연스레 모성애의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정신력으로 버티게 되는 걸까?





그럼에도 천성적으로 타고난 체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30대 중반이 다 되어가니 더욱 절실히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코로나로 인해 나갈 일도 많이 없어 활동량이 적으니 더 하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3-4시간 놀다가 들어온 다음 날에는 2-3일 간 후유증이 간다. 다시 원래의 컨디션으로 회복하려면 확실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체력적으로 피곤하면 마음도 날 서기 쉽다. 엄마에겐 지친 몸과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충전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육아의 전선에 서 있을 수 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모임, 카페가서 커피 마시기같은 건 시간이 필요한 일반 충전법이다. 육아의 실전에서 당장의 예민함을 조금 다독여 줄 급속 충전법이 필요하다.



 





추천하고 싶은 급속 충전법은 "음악"과 "낮잠" 그리고 "산책"이다. 우리 집 거실에는 사운드바가 있다. 하루 종일 사운드바로 주로 아이들이 들을 동요나 이야기를 틀어놓는다. 그런데 내가 너무 지치거나 날 서 있을 땐 나를 위한 노래를 튼다. 신나는 가요 또는 재즈, 아무 노래나 상관없다. 그저 내가 꽂히는 노래, 듣고 싶은 노래면 된다. 볼륨을 높여 틀어놓으면 없던 기운도 솟아난다. 이건 정말 직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도 예부터 노동요를 즐겼다. 힘든 일도 노래를 부르면서 하면 어느새 기운이 솟는다. 똑같이 반복되는 노동에 지칠 만도 한데, 노래가 있음으로써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의 플레이 리스트 정도는 가지고 있어 보자. 하루 중 지치는 순간에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면 힘든 감정이 좀 누그러든다.




또 다른 급속 충전법으로는 "낮잠"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잠으로 푼다. 일단 자고 일어나면 개운한 느낌이 좋다. 이전 일은 잊어버리고 또 훌훌 털고 일어나는 법. 아이가 어리면 낮잠 재울 때 함께 잠시라도 잔다. 하지만 아이가 좀 컸다면 아이들에게 설명해준다. "엄마 너무 힘들어서 조금만 누워있을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아이들도 엄마의 기분을 인정해주는 것 같다. 솔직한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그러라며 이불까지 덮어주기까지 한다. 낮에 잠깐 자는 잠은 이로운 점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잠을 자는 동안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 성분이 조절되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한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 많이 자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너무 많이 자면 밤에 잠이 안 오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적당히 자고 일어나기 위해서 알람 설정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조금 잠들었다 싶으면 금세 아이들이 내 옆에 와 놀아줘서 알람이 필요 없다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급속 충전법은 "산책"이다. 어제는 아이들이 집을 너무 심하게 어질러놔서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맥이 빠진다. 맥 빠진 상태로 멍 때리고 있으니 안 되겠다 싶어 내복 바람의 아이들과 무작정 나갔다. 잠깐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빌리고 옆에 있는 공원에 갔다. 파란 하늘과 뭉실거리는 구름, 눈부신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걸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걷기 운동인 산책도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해소시켜준다. 1시간 정도 기분 전환을 하고 집에 들어와서 다시 아이들과 심기일전해본다. 발 디딜 틈도 없게 어질러 논 아이방을 말끔하게 치우고 나니 기분도 상쾌해진다. 참, abc 같은 조그만 초콜릿을 하나 꺼내 먹는 건 소소한 즐거움이다.




스트레스가 치솟을 때 급속 충전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 한, 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 보는 건 어떨까. 육아 또한 끊임없는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연속이다. 나를 즐겁게 만드는 것 또한 나의 역할이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나만의 급속 충전법을 찾는다면 육아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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