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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콩 Sep 21. 2020

나의 목표는 68점 엄마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육아

'우리 아이 사회성은 괜찮은 걸까?'

'아이의 인지 능력 또래랑 비슷한 걸까?' 

'애착 형성은 안정적으로 잘 된 걸까?'

'자존감이 낮지는 않은 걸까?'

엄마에게 불안은 항상 함께 있는 친구와도 같다. 정도의 차이지만 엄마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불안감은 그 자체로는 나쁜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되지만, 어느 정도의 불안감은 현재의 부족함을 더욱 낫게 만들려는 의지로 작용하게 된다. 엄마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엄마들은 왜 이리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는 걸까? 그 불안함의 시작은 '비교'다. 옆집 아이와 비교했을 때 내 자식의 부족함이 보일 때, 랜선 엄마와 비교했을 때 잘 못 챙겨주는 나를 직시할 때 불안은 시작된다. 이대로 괜찮은건지 괜스레 초조해진다. 큰 아이는 새로운 것, 낯선 곳에 대한 경계심이 많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새로운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도 부끄럼을 많이 타며 어려워한다. 첫 아이라 이것저것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태권도 학원, 미술 학원, 영어 놀이 수업 등등을 보내려고 했지만 아이는 몇 번 가다 그만두었다. 그때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아이가 왜 새로운 곳에 적응을 잘 못하는 것 같지? 나와의 애착이 불안정한가? 나와 떨어지기 싫은가?




그런데 아이는 1살을 더 먹고선 훌쩍 자랐다. 유치원에 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던 아이는 방과후 수업을 받고 싶다고 성화고, 학원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그 당시에는 애착의 문제인가 하며 불안하고 걱정됐는데, 그저 아이의 성향이었다. 새로운 환경을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아이. 엄마들은 내 아이가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걱정한다. 그리고 걱정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린다. 

"나 때문에.. 아이가 이러한가?"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 말은 자녀양육서를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멘트다. 실제로도 아이의 문제는 아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부모의 영향이 매우 큰데, 그러다 보니 아이의 행동이 조금만 남다른 것 같아도 부모는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나 또한 늘 이런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내 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져 보일 때, 자존감이 낮아 보일 때 나는 문제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곤 괴로워했다. 아이 앞에서는 100% 완벽한 모습만 보여야 할 것 같은 무게감이 나를 짓눌렀다.








이 명제에 따르면 부모는 완벽해야 한다. 틈 없는 모습으로 항시 본을 보여야 한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의 정신분석가이자 소아과 의사인 도널의 위니콧(D. Winnicott)은 "최선의 양육은 좌절과 실패 없는 삶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완벽한 엄마가 아닌 충분히 괜찮은 엄마(Good-Enough-Mother)를 언급했다. 완벽한 100점짜리 엄마가 아니라 70점짜리의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 부족한 30점은 나의 인간적인 면모이다. 인생에 목표가 있다면 살아가면서 끝이 날카로운 나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월의 풍파를 통해 둥글둥글하게 깎아 나가는 것이 아닐까?




나의 부족함을 보고 아이들이 잘못 클까 봐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살짝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우리가 100점짜리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발버둥 친다 해도 될 수도 없을뿐더러, 양육 효능감만 떨어지게 된다. 양육 효능감은 육아를 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육아에서 엄마가 의도하고자 하는 일에서 실패하는 일이 많아지면 그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면 화 내고, 실패하고, 결국 육아 효능감이 낮아지게 된다. 육아의 악순환의 사이클을 타는 것이다. 반대로 육아에서 긍정적이고 성공의 경험이 많아지면 양육 효능감은 높아진다. 마치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랑 같은 맥락이다. 반복적으로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서 자존감이 높아지듯 육아에서도 성공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엄마도 없다. 나의 목표는 68점짜리 엄마다. 요즘은 보통 아이를 한, 둘만 낳는데 나는 아이가 셋이다 보니 내 시간과 노력을 남들보다 더 잘게 나눠야 한다. 그래서 목표치를 좀 더 낮게 잡았다.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이 높을수록 더 자주 실패를 맛보게 된다. 하지만 목표를 조금 낮춘다면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여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부족한 32점은 내 아이들의 몫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내가 주지 못한 것에 불안해하지 말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육아. 그게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육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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