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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이야기 박문희 Mar 18. 2024

울보 자리 고수하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필자는 엄마를 떠나보내고 슬픔을 노래하던 까닭에  '울보 시인'이란 별칭이 있다.


십 년을 넘어서니 이젠 눈물도 힘에 부치는지 울지 않고  혼자서도 잘하는 씩씩한 울 엄마 막내딸이 되었지만 말이다.







일을  많이 하시기로 소문이 나 있는 건강하던 애인이 2024년 접어들면서부터

배가 살째기 아파서 화장실을 못 가서 하시며 자꾸 아프단 말씀을 하시며 면에 병원을 다니시며 노인일자리도 무리 없이 하시며 다소 괜찮아졌는가 싶었다가 또 며칠 지나서가면 회관서 이웃들과 짜장면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도 또 배가 살살 아프고 불편하다 하시며 두어 달이 지나갔다.


월말이 가까워오면 한 달 열흘 근무인 노인일자리가 끝나 쉬니 한 일주일  아드님 따라가서 검사도 하고 쉬시다 오신다고 가셨다가

입원 검사해 보자는 권유에 예정보다 일주일을 더 걸려 아무 이상 없다는 결과를 듣고

댁으로 오신 후  첫 방문이었다.


"검사 싹 다 하셔서 이젠 몸도 마음도 개운하시지요, 병원 계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매일 얼굴 보며 오후면 정자에 모여 지내는 이웃 또 다른 어르신도 치료 차 따님댁에 가 계시는데 이 어르신은 휴대전화가 있어도 자제분들  전용이라 전화번호를 이웃분들 아무도 모르시고 계신다.

생활지원사인 필자는 알고 있지만 세상 험하다며 입력이 되어 있어도 받지 않으시고 자제분들 전화만 받으신다.


업무상 어르신의 상태를 살피고 알고 있어야 해서 따님과 전화로 안부를 묻고 있는 상태다.


'전화 걸어서 좀 바꿔주소, 어떤지 목소리 들어보게' 하시길래 바꿔 드렸다.

건강이 어떤지 언제쯤 올 수 있는지 서로 안부를 묻는가 싶더니 애인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목소리 들으니 눈물이 와 이래 나노 하시며 얼른 전화를 끊으시고는 '요즘은 왜 이래 자꾸 눈물이 잘 나는동'하시며 눈물을 닦으신다.


'제가요, 눈물선수인데, 왜 울리고 그캅니꺼예' 하며 어린아이처럼 발을 동동 굴렸더니 울다가 웃으신다.


'이제 동네 다니면서 어르신 울보라고 소문 다 낼낍니더' 하고 일어섰더니 '소문내지 말고 잘 가소' 하며 환히 웃으신다.


나이 들어 가심이 자꾸 삐끗거리는 건강에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시며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는 울 애인들.



까딱하면 울보 자리 뺏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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