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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윤로윤 May 27. 2023

[괜찮은 인생을 살고 싶어] 휴직을 하기로 결정 했다

그리고 나를 찾기로 결정했다.


작고 동그랗게 완두콩 같던 아이가 자라 어느새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괜찮은 인 생을 살고 싶었던 나는 아이의 입학과 함께 남겨두었던 휴직을 쓰기로 한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늘 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휩싸이곤 했다. 가정도 육아도, 회사에서도 완벽하지는 못했을뿐더러, 스스로도 어느 정도 내 려놓고 살았기에 지금의 자리를 지키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나에게 많은 걸림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는 어린이집을 마치면 아이는 할머니 집으로 하원을 해 저녁까지 얻어먹을 수 있었 다. 덕분에 나의 워킹맘 생활도 어느 정도는 숨 쉴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아래에 있기에, 더 이상 할머니 집까 지 차량은행을 해줄 학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도 있다. 요 즘 같은 시대에 등 하원 시터를 알아볼 수 있지 않느냐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남들보다 덜 쉬고 복직해 남아 있는 휴 직이 있는데, 얼굴도 모르는 시터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 내 손으로 직접 아침밥이라는 것도 정성 들여 차려주고, 남들처럼 손잡고 등하교도 시켜주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엄마의 손길이 충분하지는 안 았으리라, 그래서 나의 휴직은 어쩌면 몇 년 전부터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의 모양 새를 하고 일찍이 준비를 하고 있던 터였다.


아이의 입학지도가 우선이었지만, 오래전부터 휴직을 준비하면서 나 또한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회사생활을 하며 다시는 누릴 수 없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케어하는 것 에만 몰두 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휴직하 기 한참 전부터 나에 대한 궁리를 해본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 들을 적어 본다. 책 읽기, 글쓰기, 말하기, 공교롭게도 아이가 초 등학교에 입학하여 곧 배울 것 들이다. 아이의 배움과 함께 시작해야겠다는 긍정의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책이야 그동안 사놓고 쌓아두었던 것들 먼저 시 작 하면 된다. 그런데 글쓰기와 말하기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는다고 관심사가 바뀌기 시작하니 나는 온통 그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휴직을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지역자체 프로그램 인 글쓰기 수업'을 찾았고, 내가 사는 동네 주민센터에서 '스마트폰 강의'를 할 수 있는 강사 모집 공고를 찾았다. 그때부터였는지, 나는 하루하루가 설레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휴직의 시작과 함께, 매주 수요일에는 글쓰기 수업을 들을 수 있고, 금요일에는 평 균연령 75세의 어르신들과 함께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려드리고 있다. 그 리고 틈틈이 책을 읽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미라클 모닝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새 벽 독서의 값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다가도, 미리 준비하고 생각한 만큼 나에게 주어진 휴직이라 는 시간을 내가 찾던 휴식으로 보낼 수 있음에 절로 감사가 나온다.


결국은 나를 알아차리고 나서 발을 내닫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생각만 하다 그쳤던 시간들을 수없이 보냈기에 지금 더욱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금, 휴직이 끝날 즈음에는 아쉬움보다, 뿌듯함과 감사함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미루어 본다.


휴직을 하고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괜찮은 인생을 살고 싶어 결정 한 나의 휴직이 이렇게나 잘 흘러가고 있다. 혼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괜찮은 인생을 찾았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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