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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Jun 29. 2023

아무런 준비 없는 퇴사는 혼란스럽다

퇴직 후 치킨집이 눈에 보입니다.

나는 아무런 대책 없이 퇴사했다.


나가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당시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 일에 치여 플랜 b를 세울 정신도 없었다.


때마침 코로나가 터져서 그냥 퇴사했다.


사직서에 퇴사 사유를 적었다. 학업 진행이라고 썼다.


맞다, 퇴사하고 줄 곧 공부를 했다. 물론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30대 중 후반에 나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절대 회사에서 못 나왔다. 익숙함을 넘어 편안했을 것이다.


뭐 해 먹고살지?


책에선 꿈을 원대하고 크게 가지라고 했다. 미친 듯이 도전하고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한다.


자기 계발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가슴만 웅장해진다. 여전히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코로나로 실내 생활이 답답했다. 밖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를 걸었다.


화려한 간판이 눈에 보이고 여기저기 온갖 식당이 넘친다.


인테리어도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하는 곳도 눈에 보인다.


반대편에는 가게가 비어있다.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


다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간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무실에서 소설 같은 보고서나 쓰다 나왔다. 그래서 몸으로 부딪히는 자영업 현실 세계를 몰랐다.


밤 12시가 되면 가게가 문을 닫는다. 젊은 청년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러 나왔다.


두 팔로 쓰레기통을 들고 비틀 거리며 이동한다. 다 처리하고 나서 담배를 피운다.


고단해 보인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한다. 자영업자 유튜브도 본다. 90%는 요식업이다. 나는 음식 만드는데 관심이 없다.


스마트스토어가 눈에 들어온다. 온갖 강의가 넘치고 그 강의수강을 유도하는 유튜브가 또 넘친다.


해외구매대행이라며 무조건 상품을 등록하라고 한다. 디지털 노가다라고 했다.


쿠팡 배달이나 배달의 민족 배달도 알아본다. 운동삼아 자전거 타고 배달하면 1석 2조다.


전자책을 써볼까? 전자책을 써서 돈을 벌었다고 한다. N잡러 시대에 부업이 너무 많다.


블로그 마케팅? 이건 뭐지? 내가 모르는 직업이 넘친다. 


부동산 중개업을 할까? 길을 걷다 보면 중개 사무실이 너무 많다. 


요즘 들어 부쩍 무인샵이 많다. 아이스크림 가게, 문구점, 과자 파는 곳까지 다양하다.


호두과자점은 어떨까? 호두과자 너무 맛있다. 스터디카페도 눈에 띈다 쾌적하게 차리면 공부하기 좋겠다.


그런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회사를 나와 개인이 할 수 있는 자영업 세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온라인 비즈니스와 오프라인 비즈니스다.


온라인은 아주 작게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고 수익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틈틈이 알바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최소 생활비라도 마련해야 한다.


오프라인은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든다. 시설투자비가 들어가다 보니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는다. 


오픈하면 사람들이 몰린다. 시설 투자를 최소화하고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가게도 많다. 그런데 판매할 상품의 단가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웅장한 빌딩 숲에서 사원증을 목에 걸고 커피를 마시며 직장인 티를 팍팍 냈던 시절이 잠시 떠오른다.


이제 내가 눈을 뜨고 마주하는 현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치열하게 생존하는 자영업 세상이다.


거창한 사업을 하자니 내 역량이 부족하다. 실패를 하더라도 작게 쪼개서 해야 회복이 가능하다.


무엇을 선택하든 정답은 없다. 다만 주어진 문제를 부딪히며 해결하는 아주 고된 과정만 있다.


누군가에게 회사 때려치우란 소리를 안 한다.


회사를 나와야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부자가 된다는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회사나 회사 밖이나 잘해야 한다.


남을 대충 흉내 내는 식으로는 내 인건비도 건져가기 어렵다.


그래서 본질적인 나의 능력과 가치를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직접 해소해 주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청소 대행업이나 기술직이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수요도 있다. 그리고 돈이 벌리는 속도나 반응이 제법 빠르다.


건강한 육체와 실행력만 있으면 당장 할 수 있다.


과거를 잊고 눈앞에 현실을 봐야 한다. 


그 정도 각오가 없으면 꿈만 같은 퇴사는 잠시 미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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