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고 회사 밖 인생에 적응해서 살고있다.
이제 퇴사 이야기가 식상하다.
회사는 8년 다녔고 퇴사는 벌써 4년이 지났다.
어느덧 회사 동기는 부장이 되었다.
입사 동기 중 가장 막내였던 동생은 여전히 30대 중반인데 회사에서 리더 역할을 한다.
신기하다 그리고 새삼 놀랍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가다니.
나는 육아를 1년 4개월간 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육아에 적극 참여했다.
퇴사하고 코로나로 단절된 생활을 했고, 그 기간 동안 나는 혼자서 고민하고 사색하며 보냈다.
그래서 사회생활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이나 고독 이런 감정에 서서히 적응을 했다.
집에서 부단히 먹고살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보낸 시간이 벌써 3년이 지났다.
매일 투자를 고민하고 수익을 내보기도 하고 손절을 치며 속 쓰려하기를 반복하며 보냈다.
이제는 전업 투자자 인생을 살고 있다.
퇴사하고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드러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을 최대한 안 만나고 내공 쌓기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외부 자극에 혹시나 마음이 약해질까 봐 친구와의 연락도 하지 않았다.
나의 근황이 궁금해 시시콜콜 캐묻는 지인도 적절히 방어하며 내 마음을 잘 다스렸다.
그렇게 3년을 지나 4년이 됐다.
인생의 목표는 간결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온전히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
회사에 기대어 사는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나를 믿고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인생.
밥 먹을 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알아서 먹을 수 있는 자유.
보기 싫은 사람을 볼 필요가 없는 삶.
오롯이 한 가지 중요한 본질적인 일에만 몰입하는 인생.
내 마음을 흔들고 괴롭게 하는 모든 일에서 벗어나기.
이런 게 내가 꿈꾸며 사는 인생 목표였다.
그 목표가 어느새 가까워지고 있다. 아니 지금도 충분히 느끼며 살고 있다.
예전처럼 활발하게 사람을 만나며 사회활동을 하지 않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돈도 벌면서 좀 더 차분하게 사는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비록 정적이고 외부 자극에 감각이 놀랄 그런 일은 잘 없지만 그럭저럭 마음의 동요 없이 평온하게 지내는 편이다.
산책이나 운동도 꾸준히 했고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내 인생을 글로 남기려고 일기를 꾸준히 썼다.
독서도 조금씩 했고 신문은 매일 챙겨 봤다.
무엇보다 투자를 더 잘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실전감각을 키우는데 에너지를 쏟았다.
기본 생활 패턴이나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루틴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거창한 것을 해내기보단 작지만 쌓이면 강력한 것들에 더 집중했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나 자신을 믿고 계속해서 할 수 있었다.
회사 생활에 피로감이 쌓여 육아휴직을 냈던 동기는 몇 달이 지나자 복직했다.
막상 휴직을 내고 집에 있으니 외롭고 혼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보니 회사가 그리웠고 복직했다.
나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
사회생활에 길들여지다 혼자서 고립되면 여러모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그 또한 스스로 잘 케어하며 목표에 집중을 해아 한다.
그래서 루틴이 중요하다.
나의 증상을 글로 표현해 내면 나 자신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글로 담아내면 내 기분과 상태를 바로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잘 다독여 주면 또 나아갈 수 있다.
주어진 환경에 서서히 적응하는 게 인간이니 결국 알아서 잘 헤쳐나가게 되어있다.
퇴사하면 마치 어떻게 안 좋게 될 것 같은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에 답이 없듯이 퇴사 이후에 삶에도 정해진 답이 없다.
나를 믿고 하루를 충실히 보내면 그만이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인생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토록 갈망했던 내 인생의 키를 내가 쥐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늘 감사하다는 마음과 생각이 크다.
1년 뒤에도 이곳에 글을 쓰겠지만, 1년 뒤의 내 모습이 기대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