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사내를 키우며 인생을 다시 사는 기분을 느낍니다.
회사를 관두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 뜻 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좌절도 하고 막막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큰 소리치고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뭔가 잘 되는걸 보여주고싶었다.
마음은 갈수록 조급했고 내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았다.
조급함을 버리기로 했고,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갖기로 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내 인생을 바꿔주었다. 돌아보니 갓난 아이는 나에게 참 고마운 존재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육아와 살림에 적극 참여를 했다.
설거지, 세탁기 돌리기, 요리하기, 장보기 그리고 엄마가 힘들어 미쳐 못한 육아를 내가 커버했다.
육아와 살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체중이 6kg 정도 빠졌다. 사회생활도 안 하는데, 어설프게 빈둥대다 온갖 생각에 사로잡힐 바에는 이렇게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게 더 낫다.
회사 다닐 때도 퇴근하고 집에오면 거의 기절하듯이 거실 쇼파에 파묻혀 잠들곤 했다. 너무 피곤하면 마치 소용돌이 물결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면서 마치 무의식 세계로 흘러가곤 했다. 그리고 일을 관두고 지금까지도 잠은 정말 잘 잔다.
퇴사하고 새로 이것저것 시도하고 배우느라 곯아 떨어지곤 했다. 지금은 집에서 육아와 살림 그리고 내 일까지 하면서 자연스레 육체, 정신 피로가 쌓이고 잠은 역시나 깊게 그리고 많이 잔다.
아이가 태어나고 돌 될 때까지가 정말 힘들었다. 갓난 아기가 워낙 작고 여리고 연약하니 아주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우리 부부 모두 예민해있었다. 자연스레 다툼도 늘었다. 와이프는 육체적으로 지쳐있었고, 회복을 해야하니 신경이 날카로웠다. 나도 그런 아내와 아이를 살피느라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돌이 지나고 바깥 활동이 조금씩 가능해지면서 자주 산책을 다녔다. 그렇게 우리 가족 모두는 따뜻한 햇살 속에서 좋은 에너지를 듬뿍 오래 자주 충전하곤 했다.
요즘은 아이가 뒤뚱뒤뚱 걷다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뛰기도 한다. 어제는 키즈까페에서 두 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여기저기 호기심에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 아기를 뒤 쫓다가 집에 와서 완전 뻗었다.
나는 꾸준히 운동을 하며 체력 관리를 했고, 근력 운동도 제법 했었다. 코로나 때라 잠깐 헬스를 못했지만 그래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와서 축 늘어진 내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을 길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형, 누나를 돌봐주신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육아는 어딘지 일과 많이 닮았다. 하루 업무량이 정해져있고 에너지도 써야 한다. 그렇다고 끝이 나는 것도 아니다. 눈 뜨면 아이는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해맑게 웃으며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다. 또 하루가 그렇게 시작이다.
퇴사하면 챗바퀴 도는 생활을 안 할줄 알았다. 자유롭게 여행 다니며 멋진 유튜브 영상 올리는 그런 낭만을 상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한 일상은 또 다른 차원의 업무와 비슷했다.
힘이 든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말하기도 참 애매하다. 아이가 웃으면 웃는 대로 기분이 좋다. 힘은 들지만 우리를 웃게 하는 아이를 보면 힘이 든다 말할 수 없다. 뭔가 아이러니하다.
아이는 커가며 엄마 뿐만 아니라 아빠인 나의 존재도 잘 확인시켜 준다. 집에서 엄마 아빠 아기 셋이 늘 뒹글고 모든 일상을 공유하다보니 아이는 엄마 아빠 모두를 잘 찾아주고 잘 다가온다.
특히 밖에서 같이 신나게 뛰어 놀다 오면 어제와 다르게 더 친해진 느낌이든다. 아기도 같이 놀아준 내가 고마운건지 내 배에 올라와 마주 눕고 안아주기도 한다. 나의 배와 아이의 배가 닿으면 서로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듣다보면 묘하게 행복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 아들이 떠오르면서 내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아마 훗날 또 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일도 눈을 뜨면 육아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매일 아이와 스킨십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으며 그렇게 좋은 추억을 쌓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