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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Jan 10. 2023

브런치에 글을 쓰며 얻은 것들

용인의 한 독립서점에서 메일이 왔다.


커피문고 (2022.12)-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brunch]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9월28일. 브런치로부터 온 알람에 설렘 가득 안고 메일함을 열어본다.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출판사의 출간 제의는 아니었고, 내 그림을 동생이 운영하는 독립 서점에 전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엔 제법 그림 의뢰와 전시 제안 메일이 온다. 계약까지 간 경우도 있고 메일을 주고받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된 경우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분명 나에게 있어 좋은 신호일 것이다. 뭔가 전혀 잡힐 것 같지 않았던 막연한 꿈이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멀리서나마 그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랄까?

나에게 감사하게도 전시 제의를 준 서점은 용인에 위치한 커피와 책이 비슷한 비율로 존재하는 독립서점 겸 카페 <커피문고>라는 곳이었고, 전시 제안 메일을 보낸 분은 서점 대표님이 아닌 서점 북큐레이터이자 브런치 작가인 대표님의 오빠였다. 사실 메일을 받고 좀 놀랐다. 분명 나를 위해 새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전시기획안이 첨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락받았던 당시 난 11월 말에 용산의 한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준비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고, 또 다른 서점과 전시 이야기를 구두로 진행 중인 상태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으나, 용기를 내어서 손을 내밀어준 서점에 꼭 그 이상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곧바로 멀지 않은 날짜에 미팅이 잡혔고, 용인 운전 트라우마가 있던 내게 (지금은 극복했다고 한다) 그분들은 황금 같은 서점 휴무 날 기꺼이 내가 사는 곳 근처까지 와주셨다.

멀리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며, 왠지 저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빠(큐레이터)와 여동생(서점 대표님)의 조합은 좀 신선했다. 첨엔 막연히 형제일 거라고 예상했다.

보통 이 조합은 남보다 못한 데면데면한 사이 아니던가? 나의 편협한 생각을 멋지게 깨부순 분들이다.


독립서점을 그리면서 느낀 건 안 좋은 점보다는 좋은 점이 훨씬 많다는 거다.

그중 가장 좋은 점은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 배울 점이 많은 사람,  그리고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나와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사람들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상당한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

정성스러운 제안서를 보내주고, 나를 배려해주는 서점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그들과 유쾌한 대화를 할 기회가 생긴 것 또한 마법같은 일이 아닐까?

독립서점을 그리며 나는 또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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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팅 이후로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현재 그 커피문고에서 <온전한 나의 시간>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진행 중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녹여줄 라떼처럼 이곳을 들르는 분들에게 우리의 온기가 전해지길.


2022.12.17~2023.2.17  용인 커피문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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