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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Jan 02. 2023

출판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12월의 어느 날, 강남에서


감사한 마음들..♡


용산의 한 박물관에 그림 전시를 하게 되어 설치를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저녁이었다. 여느 때처럼 저녁을 차리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알람과 함께 브런치 아이콘 (b) 이 휴대전화 상단에 떴다. 보통 그 알람은 글을 쓴 지 오래되었을 때 작가님의 작품이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뜨곤 한다. 근데 그날은 왠지 그게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출간, 기고 목적으로 브런치팀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해 주세요.

알람의 내용은 이러했고, 황급히 메일함을 열었다.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특별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이었다.

응? 특별상 후보작은 뭐지? 후보인 것인가 당선이 되었다는 것인가 잠시 헷갈렸지만 스크롤을 더 내려 자세히 읽어본 나는 이것이 내 글의 저작권에 문제가 없으면 수상이 확정된다는 내용임을 알았다.

10편의 대상 수상작 외에 40편의 특별상으로 출간의 기회를 대폭 늘렸지만, 올해 응모작은 무려 8,150여 작품이었다. 그 수많은 작품 사이에서 내 <독립서점을 그려도 될까요?>가 당선되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브런치 출판프로젝트 메일을 받고 꿈인가 싶던 2~3일이 지나 다시 들뜬 마음은 제자리를 찾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후보작 메일을 받은 지 일주일 후 특별상 당선 확정 메일이 오고, 그 시점부터 작가와 출판사는 1:1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일사천리로 출판사 대표님과 강남역 어느 카페에서 미팅하기로 했다. 출판사의 사무실 안에서 사인하는 상상을 해보았지만, 수원에 있는 출판사와 하남에 사는 내가 만나기에는 강남역이 나름 합리적인 장소였다.

지하철보다는 조금 더 걸려도 아파트 정문 앞에 오는 버스가 강남역까지 한 번에 가서 잘됐다 싶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둘째를 보내고 빨간 버스에 몸을 싣는다. 책 한 권을 넣었다가 버스 안에서 아무래도 안 읽힐 것 같아 이어폰만 챙겨 넣는다. 강남역 11번 출구 부근에서 내려서 로드맵을 켜고 10분가량 헤맨 후 오늘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예전에도 11번 출구가 있었던가? 강남역에 얼마 만에 온 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15분은 먼저 도착했음에도 이미 대표님이 먼저 도착해 계셨다. 초면이지만 대표님과 나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브런치와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오늘은 출판사와 작가의 첫 미팅 날이기도 하고, 출판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나 꿈꿔오던 일을 현실로 마주하게 되다니.  8,000개가 넘는 작품 중에서 내 작품을 선택해주신 대표님과 마주하니 애써 덤덤한 척했던 마음이 다시 울렁거린다.

사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 있었다.

그 수많은 작품 중에서 왜 내 작품이었을까?

대표님께서는 내 작품이 크게 대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든 작품을 다 읽은 후에도 계속 생각이 나고 마음에 남았다고 하셨다.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 5%에 들기는 어렵지만, 두 가지를 다 하면 그 두 가지를 다하는 사람 중에서 5%에 들기는 쉽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내 경우도 글과 그림 두 가지를 다 했기 때문에 이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막연히 추측해 본다.

대표님과 브런치를 뽑는 과정들과 작품 선정 이유 등 궁금했던 점들을 여쭤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책을 작업하면 좋을지 뭘 빼고 뭘 더 넣으면 좋은지 언제까지 초안을 탈고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종이 재질이나 무게, 표지를 양장으로 할지, 목차의 디자인에 관해서도 의견을 내도 좋다고 하신다. 

함께 만들어가는 책이 될 거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8월에 나올 책을 위해 나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그리고 써야 하지만 정말 행복한 과정이 되리라 믿는다.

수많은 작품 중 내 이야기를 선택해 준 <도서출판 생애>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년 8월에는 내 책이 서점 한편에 진열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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