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출판사의 출간 제의는 아니었고, 내 그림을 동생이 운영하는 독립 서점에 전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엔 제법 그림 의뢰와 전시 제안 메일이 온다. 계약까지 간 경우도 있고 메일을 주고받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된 경우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분명 나에게 있어 좋은 신호일 것이다. 뭔가 전혀 잡힐 것 같지 않았던 막연한 꿈이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멀리서나마 그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랄까?
나에게 감사하게도 전시 제의를 준 서점은 용인에 위치한 커피와 책이 비슷한 비율로 존재하는 독립서점 겸 카페 <커피문고>라는 곳이었고, 전시 제안 메일을 보낸 분은 서점 대표님이 아닌 서점 북큐레이터이자 브런치 작가인 대표님의 오빠였다. 사실 메일을 받고 좀 놀랐다. 분명 나를 위해 새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전시기획안이 첨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락받았던 당시 난 11월 말에 용산의 한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준비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고, 또 다른 서점과 전시 이야기를 구두로 진행 중인 상태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으나, 용기를 내어서 손을 내밀어준 서점에 꼭 그 이상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곧바로 멀지 않은 날짜에 미팅이 잡혔고, 용인 운전 트라우마가 있던 내게 (지금은 극복했다고 한다) 그분들은 황금 같은 서점 휴무 날 기꺼이 내가 사는 곳 근처까지 와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