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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Dec 01. 2023

살면서 오래도록 함께 할 이웃을 만날 확률






살면서 오래도록 함께 할 이웃을 만날 확률



비아네와 교류하게 되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비아네는 우리 집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비아 엄마가 퇴근이 늦으면 내가 우리 집으로 아이들 하원을 같이 시키기도 하고, 비아네 집으로  가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했다.

내게 어린 둘째가 있음에도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었던 건 둘이 정말 절친한 친구였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둘이 너무 잘 노니까 온전히 둘째를 돌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당시 비아 아버님은 잦은 출장으로 일 년의 반을 일본에 살다시피 했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친하게 지내면서도 가족끼리 만날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고 어쩌다 시간이 맞아 한두 번 만나 그나마 친해졌을 무렵엔 우리 집이 이미 오래전에 예정되었던 이사를 해야 할 시기였다.

결혼하고 첫 신혼집에서 만 6년을 살았다.

아이를 키우며 추억도 많이 쌓았던 곳을 떠나려니 아련하고 그리운 감정이 교차했다.

꽤 가까운 거리였던 친정집에서 멀어지는 것도 이유였고, 첫째의 친구 비아네와 멀어지게 되는 것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참 슬픈 일이었다.


난 새로운 만남에 있어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인간관계에 있어 조심하고 경계했던 건 아니다.

아이 친구, 엄마 친구를 만들러 백일 된 아이를 아기 띠에 둘러매고 가서 문화센터도 다녀보고, 조리원 동기 모임에도 나가보고, 그렇게 알게 된 좋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하는 것도 좋아했다.

그러나 이내 그런 인간관계들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주가 되어 만난 사이이다 보니 대화도 아이들 육아와 육아용품, 교육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고, 어떤 날은 대화는커녕 서로의 아기만 보다가 허겁지겁 밥만 먹고 들어온 날들도 있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다 보니 그런 모임이 잦아질수록 집에 돌아오면 힘들고 허탈하고 기가 빨리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내가 주는 만큼 돌아오길 바라는 못된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상대가 무심코 던진 말들이 상처가 되어 며칠씩 앓는 일들이 생겼다.

성향도 관심사도 다른 엄마들의 모임에 들어가서 스며드는 것은 애초에 나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인간관계에 너무 애쓰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만난 시절 인연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마음 편히 그들을 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에게도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이웃이 비아네 가족이었다.

살면서 오래도록 함께 할 이웃을 만나는 행운이 나에게 온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왔지만, 계속 교류하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비아네가 일본으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진짜 헤어짐의 시간이 왔다.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이민 가기 직전 비아를 우리 집에 초대해 2박 3일을 함께 보냈다.

꿈같은 시간을 보낸 후 주차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비아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지금 가면 이제 다시 현이 못 보잖아~ 으앙~~ ”

서럽게 우는 비아를 뒤로하고 현이와 집으로 올라왔다.

나 또한 비아를 보내고 조용히 안방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헤어짐을 인지하고 그 슬픔에 펑펑 우는 7살 남자아이가 흔할까 싶다.

그로부터 3년이 흘러 우리 집 둘째가 7세가 되었는데 친구와의 우정 뭐 그런 건 전혀 모르는 눈치다.

이렇게 마음을 나누고 본인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친구가 과연 어른들에겐 있을까?

조건 없이 좋아하고 아껴주고 안아준다.

비아는 현이에게 그런 친구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우리 가족은 드디어 비아를 만나러 일본에 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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