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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01. 2022

제가 써도 될까요?

출판사 대표님께 출간 제의를 받다.



해변의 서점 - 2021.12


출판사 대표님께 출간 제의를 받다.


독립서점에 빠져 서점들을 한동안 그리다 보니 재미난 일이 생겼다.

그렇게 바라오던 출간 제의가 온 것이다.

브런치 작가이긴 했지만, 주기적으로 올리지도 않았었고 그렇다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도 아니었고 이래보나 저래보나 무명에 가까운 애매한 포지션의 내가 출간 제의받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참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 나는 컬러링북을 계획하고 있었고, 컬러링북과 제안서를 만들어서 몇몇 출판사에 투고했었다. 컬러링북을 만드는 출판사 외에도 뭔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곳에도 투고했었는데 나에게 출간 제의를 준 출판사는 내가 컬러링북 투고를 했던 곳 중 하나였다.

무명 작가의 투고에 출판사마다 대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답장이 없고, 몇몇 출판사는 투고에 대해 감사의 회신을 준다. (그리고 거절도 정중하게 ) 어떤 출판사는 왜 컬러링북 출간도 하지 않는 출판사에 투고했냐며 다음부턴 출판사 성격을 보고 투고를 하라는 메일을 주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투고 건을 받으니 투고 담당자도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당연히 이해하는 바이다) 그런, 투고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오가는 와중에 컬러링북이 아닌 뜻밖의 제안을 해준 출판사가 있었다.

메일에 적힌 내 프로필의 SNS 계정을 찾아봐 주고, 계정에 올린 동네 책방 그림들을 너무나 좋게 봐주셨던 거다. 무려 출판사 대표님께서.

독립책방에 관한 책 기획에 관심이 있었던 대표님께선 내 그림과 글로 책방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자고 제안하셨고, 나 또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곧 미팅을 하게 되었다.

미팅은 순조로웠다. 대표님은 메일과 전화에서 느껴지는 성품 그대로였고, 그 자리에서 인세와 계약서 얘기까지 오갔다. 나는 책을 내본 적 없는 작가였지만 그런 나를 믿고, 내 그림을 믿어주셨다. 그렇게 함께 동네 책방에 관한 책을 만들어보기로 하고 다음번엔 계약서를 들고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회사에 다닐 땐 권대리로 불렸다.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권사장님이라고 불렸다.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권작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불러주기 시작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명칭이다) 

몇 번의 전시를 해보기는 했으나 정작 출간해본 적은 없던 반쪽짜리 작가였기에 ‘출간’이라는 것의 의미는 나에게 남달랐다. 취미가 아닌 당당하게 내 직업은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책이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 되고 그 첫 책을 시작으로 해서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넌 그림작가냐?' 라고 누가 묻는다면, 난 그림작가이지만 나만의 글도 쓰는 글작가도 되고 싶었다.

문과와 디자인의 사이에서 나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늘 고민해왔다. 무엇도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내게 출간제의는 내가 잘 가고 있고, 앞으로도 이렇게 가면 된다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지표와도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 대표님과 미팅이 있었던 4월의 봄날은 나에게 있어 완벽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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