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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02. 2022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안녕 책 (2021.10)- 충북 제천시 봉양읍 용두대로




출판사 대표님은 다음 미팅 때까지 한 가지 미션을 주셨다.

내 그림에 대해선 충분히 믿음이 있으니 A4 한 장 분량 정도의 글을 한 두 편 써서 보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인스타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긴 했지만 긴 호흡의 글이 아니었으니 대표님의 제안은 당연했고,

며칠 동안 심사숙고해서 쓴 글에 기대 한아름 더해서 메일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바로 답메일이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었는데 메일 내용은 나의 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간 출간에 이래저래 바쁜 일이 겹쳐있으니 이 바쁜 일들이 끝나고 늦지 않게 연락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조급 해하지 말자. 기다리면 연락이 오겠지 하고 하루 이틀 기다렸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보려고 했지만 그로부터 보름간 대표님으로부터 메일은 오지 않았다.

나의 마음속엔 한 가지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나는 출판사의 최종 테스트에서 탈락한 게 아닐까?’

내가 글을 못쓰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글은 그저 초등학생 일기장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보낸 두 편의 글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담아서 썼으나, 그 글이 별로라고 느껴진다면

나는 조금 더 많은 수련을 해야 하는 사람이거나 그 출판사와 맞지 않거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보름의 시간을 기다렸다.

마음은 불안했지만 계속 그려야 했다. 묵묵히 독립서점을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썼다.

그냥 그려서는 안되고, 책방에 대한 내 느낌과 감정이 그림에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서점을 다 가볼 수는 없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을 택했다.


5월의 어느 화요일. 낮 시간이 가장 여유로운 화요일이 멀리 가기 좋은 날이다.

독립서점들이 모여있는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최대한 슬기롭게 동선을 짜며 서점 몇 군데를 돌아본다.

서점은 대로변에 있기도 하고 골목에 숨어있기도 하다. 구글맵을 켜고 다녀고  찾는 곳도 있었고, 문을 닫은 곳도 있고, 이미 이전을  곳도 있었다.

그렇게 시시각각 변하고 오픈 시간도 알 수 없는 독립서점이라는 세계는 알면 알 수록 흥미롭고 때로는 나를 허탈하게도 한다.

독립서점의 운영시간은 탄력적이다. 보편적인 자영업의 오픈-마감 시간과는 거리가 있다.

낮시간엔 문을 닫기도 하고 낮부터 문을 열기도 하고, 주말에만 열기도 한다.

사전 정보 없이 갔다가는 굳게 닫힌 문을 흔들다가 돌아올 수도 있다.

처음에는 멀리서 시간 내서 왔는데 닫혀있으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립서점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운영 방식이기에,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 후로 독립서점을 방문할 땐 (특히 거리가 있는 곳에 찾아갈 때는) 꼭 오픈 시간을 확인하고 미리 연락을 하고 찾아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오늘도 나만의 독립서점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날의 서점들을 정리 중이었다.

그날의 날씨 또한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던 날처럼 완벽했다.

올 4월과 5월은 하루하루 정말 완벽한 봄날이었다.

그렇게 그림과 글을 정리하다가 밤 10시가 넘어 메일 한통이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름 만에 도착한 대표님의 메일이었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기분 탓일 거야라고 침착하려고 애썼다.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메일을 클릭했고, 그 불길한 마음은 적중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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