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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03. 2022

출간 보류의 이유

그래도 계속 쓰기로 했다.



다다르다 - 도시여행자 (2021. 12)- 대전 중구 중교로 73번길



출간 보류의 이유는 명확했다.

출판사 대표님과 미팅을 하던 바로 그즈음에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책의 컨셉과 거의 동일한 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었다. 그 책의 존재를 미팅 후 알게 되셨던 거고.

그림 스타일도 내용도 내가 생각한 방향과는 달랐지만,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컨셉인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세상에 비슷한 컨셉의 책이 한두 개겠냐마는 그래도 겹치는 부분이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대표님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셨다.

그 생각이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시는 건지 그때 에둘러 거절의 뜻을 밝히신 것인지 지금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표님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밤 10시가 넘어서 온 대표님의 메일을 클릭하기 전 나는 생각했다.

혹 이 메일이 출판 계약이 힘들다는 내용일지라도, 나라도 이 이야기를 꼭 마쳐야겠다는 생각.

이렇게 한번 무너진 것으로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 말이다.

진짜 ‘작가’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포기하면 안 된다.

늘 꿈꿔왔던 기회가 찾아왔지만,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그 한 번의 기회는 놓쳤다.

하지만 그 기회라는 녀석은 내가 꾸준히 그림을 그렸고 투고했기에 찾아왔던 기회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그러면 더 제대로 쓴다면?

그렇다면 이번에는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내 꿈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나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가는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한번 출간의 기회를 놓치고 나서, 나는 그림작가가 아닌 글, 그림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학창 시절, 내 일기가 재미있다고 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읽어주시고, 글 좀 쓴다고 백일장에 나가 상도 받아왔다. 인스타에 몇 줄 쓰는 글에서 사람들이 잘 쓴다고 해줘서 나는 그게 정말 잘 쓴 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글이 얼마나 부족했었는지는 쓰면 쓸수록 깨닫는다. 내가 쓴 글들은 거기에서 멈춰있었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까지 써왔던 일기 이후로 긴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글 쓰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글다운 글을 써본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저 내 책 한 권을 내고 싶은 욕심이 아니었을까? 실력도 없는 주제에.

그런 생각이 드니 부끄러웠다. 나는 많이 쓰고, 훨씬 많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읽어야 했다.

도서관, 종합서점, 동네 책방, 온라인책방, 오디오북... 책을 읽을 경로는 무궁무진하다.

그때부터 틈만 나면 읽기 시작했고 쓰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하자 그동안 내가 책도 편식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으니 보이지 않은 것이 보이고 다른 시각에서 사고 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글이라는 것이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잘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잘 읽히고, 글쓴이의 의도와 감정이 잘 전달된다면 잘 쓴 글이다.

뭣도 아닌 글을 써왔던 나는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써보기로 했다.

아마도 계약까지 갈 뻔했던 경험이 없었더라면 나는 별거 아닌 글을 세상에 짠~ 하고 내놓으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음, 물론 지금도 딱히 별거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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