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책방 (2021.11) _권냥이
일단 근처에 동네책방은 생겼는데, 오다가다 그냥 들어갈 명분이 없다.
책방지기님은 언제든 편하게 왔다 가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서점인데 카페처럼 죽치고 앉아있기도 민폐인 것 같고 매번 책을 사러 가기에도 부담이다.
서점과 카페의 그 어디쯤의 경계 어디에서 나는 고민한다.
자꾸 가도 될까?
뭐.. 작업을 할 곳은 많다.
일단 가장 집중이 안 되는 집이 있다. 나름 청소하면 쓸만하다.
하지만 긴장감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마이홈에선 곳곳에 집안 일거리가 도사리고 있다. 지뢰밭이다.
그 다음으로 집 앞 스터디 카페가 있다.
강의 영상을 시청할 때나 그림 그릴 때는 이만한 곳이 없다.
집중도 잘되지만 타자를 칠 일이 많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타자 좀 조용히 쳐달라는 쪽지가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고 치게 된다.
그 다음은 카페다. 집 근처에 약 5개의 카페가 있지만 앉아서 작업을 할 만한 카페는 한 곳.
그래도 타자 치기도 좋고 눈치도 안 보이는 곳이다.
그 외에 매주 도서관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지만 이 것도 주 1회만 사용 가능한 제약이 있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고, 이제 어느 정도 루틴은 생겼으나 장소는 여전히 어디서 써야 할지 고민하는 글쓰기 유목민인 나였다.
그러던 중 오다가다 그냥 들어갈 명분이 없던 바로 그 동네책방에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한다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접했다.
그런데 시간이 애매하다.
목요일 저녁 7시~9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바쁜 저녁시간이라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일주일 한 번 도서관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도 방학이 시작되면서 제대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평일 낮 시간의 내 시간이 부족하던 참이었다.
일주일 중 하루 2시간만이라도 온전히 글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면 신랑도 기꺼이 이해해줄 것 같았다.
다저녁에 어디 가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서점에 가서 글 쓰고 오겠다고 설명했으나, 왜 거기서 쓰냐며 딱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도착한 서점에 대표님과 나 둘 뿐이다.
아무도 안 온다.
뭐, 일단 패드를 꺼내놓고 머라도 쓰기 시작한다.
쓰다 보니 엄마와 8~9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함께 들어온다.
아이에게 책을 읽고 있으라고 조용히 이야기하고 아이 엄마도 아이패드를 꺼내서 작업에 집중한다.
서점엔 적막이 흐르고 셋은 작업을 하고 아이는 책을 본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들어온다.
낮 시간에 서점을 운영하시는 운영자님이다. (대표님과는 친구 사이시고 낮에는 친구분이 저녁에는 대표님이 운영하신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왔던 아이는 곧 퇴근한 아빠가 데리고 가셨고, 서점에는 온전히 넷이 남았다.
이렇게 넷이 매주 만나서 조용히 쓰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