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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06. 2022

초면인 사람들 앞에서 나는 위로받았다.


책방 모도 (2021. 9) - 인천 동구 화수로 47번길 14





박민영, 서강준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라는 소설 속에서 남자 주인공 은섭 굿나잇책방이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한다.

그곳에 모여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 동네에 이렇게 위로받을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연하게 그리워했던 적이 있다.  느낌이 대체 뭘까 가끔씩 궁금했지만  책을 접했던 3년 전 우리 동네는 우리 아파트 외엔 아무것도 없는 (심지어 도로조차도 만들고 있었다.) 개발 중인 동네였고, 동네책방은 커녕 카페 하나 없는 황무지 같은 곳이었다.

편의점 하나 카페 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환호성(!) 질렀던, 동네책방은 사치 오브  사치인 그런

3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고 동네엔 병원, 학원, 카페, 한의원, 마트, 헬스장.. 없는 것이 없이 들어섰다. 하지만  하나. 동네책방은 여전히 없다. 동네책방은 이윤 추구하는 것보다 진심으로 좋아서 운영는 경우가 더 많은 업종이기에 공실율 높고 임대 비싼 신도시에 어서기엔 위험한 업종   있다,

그래서 우리 동네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 번 찾아가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에 동네 책방이 생겼다는 것은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존재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공간 하나쯤 마음에 품고 있지 않나? 카페, 단골 술집, 서점 등등...

, 나에겐 그게 동네책방이 되었으면 했다.




그 동네책방에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한다고 하니, 일단 가봐야 했다. 글쓰기 모임은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다. 말없이 각자의 작업을 하다가 20분쯤 남겨두고 오늘 각자가 쓴 내용에 대해서 얘기하는 방식이다.

초면에 자기소개도 없이 나의 내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니 거참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책방 대표님께서 이야기를 꺼내신다. 대표님은 두 권의 책을 낸 현직 작가였고, 퇴사 후에 책방을 여는 과정에서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고 하셨다.

(아마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세 번째 책이 될 듯하다.)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긴장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두 번째로 여기에 도착한 나였다. 난 오늘 딱히 쓴 것도 할 이야기도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뭐든 말하게 되는 마성의 공간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책방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최근 출간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까지.. 요즘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술술 이야기하고 있었다.(아니 술술은 아니고 버벅거리며라고 정정하자.)

그렇게 잠깐의 시간 동안 내 이야기를 쏟아내는 동안 경청하는 세 사람을 보며 눈물이 날뻔했다.

그냥  괜찮다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

초면인 사람들 앞에서 나는 위로받았다.

내가 동네 책방에서 받고 싶었던 느낌은 아마도 이런  아니었을까?



아마도,

 매주 여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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