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5호선을 타고, 공항철도로 환승을 하고, 마을버스를 타면 되는 간단한 여정이다. (이날을 위해 며칠 에너지를 비축해놓았다.) 새로 만들 책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담당자님께 근처 추천해주실 만한 독립서점이 있나 여쭤본다. 그냥 집으로 가기엔 날이 너무 좋았고, 나는 집에서 너무 멀리 왔다. 연남동의 리스본이라는 서점을 추천받고, 아주 살짝 헤맨 끝에 버스로 열정 거장쯤 지나 연트럴파크에 입성했다. 건물과 나무가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햇살 가득한 봄날의 오후에.
독립서점을 다니다 보면 그 규모와 주제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서점은 종합서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도 하고 어떤 서점은 작은 공간에 한 가지의 주제로만 꾸며져 있기도 하다. 사전 정보 없이 당일날 건물 사진과 지도로만 찾아갔던 곳이라 어떤 책이 있는지 어떤 규모인지도 모른 채로 찾아갔는데 눈부신 날 마주한 연남동의 독립서점 리스본은 생각보다 컸고 사진에서 본 것보다 더 예뻤다.
여러 독립서점 운영자 분들의 글을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무턱대고 사진부터 찍으면 안 된다는 것.
‘사진 금지’라고 공지를 해놓지 않았다면 사진만 찍고 가는걸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찍기 전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둘러보는 것부터가 예의인 것 같다. (서점 운영자분들은 무심한 듯 안 보는 듯 손님들을 신경 쓰고 있다.) 매대에 눈에 띄게 진열해놓은 책들에 먼저 시선이 간다.
표지 일러스트가 예쁜 책, 이미 베스트셀러인 책 등 눈에 띄는 책들이 진열되어있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은 카운터 오른쪽에 촘촘하게 꽂혀있는 책장으로 이동했고, 서점 사장님들이 쓴 책들이 큐레이팅 된 곳에서 평소 관심 있었던 속초 동아서점 사장님이 쓴 책을 발견했다. 동아서점에 대해 평소 궁금하기도 했던 터라 더 눈에 띄기도 했겠지만 슬쩍 펼쳐본 책 내용 또한 흥미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동아서점 이야기’를 구입하고, 야외 테라스에 앉아 책을 펼쳐본다.
때마침 길고양이 한 마리가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자기 얼굴을 한번 비비고 사라진다. 햇살이 너무 좋다. 눈이 부셔서 책의 글씨가 제대로 안 보일 정도다.
딴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까 지나면서 본 그 생면 파스타집 야외 테이블에서 파스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 그렇게몇장읽다책장을덮고바로리스본골목을돌아있는파스타집의야외테이블에자리를잡고바질파스타를주문했다. 야외테이블에서먹으면식기를직접반납해야한다고했지만골목풍경을배경삼아한끼식사를할수있다면기꺼이감내할만한수고로움이었다. 와- 맛있다. 생맥주가간절했다. 하지만버스타기전공영주차장에세워둔차가생각나참아야만했다. 사이다를주문한다. 생맥주는 아니었지만, 사이다로도완벽히만족한식사였다.
‘완벽한’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은 날이 좋았고, 미팅이 좋았고. 서점이 좋았고. 서점에서 산 책이 좋았고, 야외 테라스가 좋았기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