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냥이 Sep 09. 2022

명일동 주택가 골목 책방

순정 책방


순정 책방 (2022.4)


코로나 격리만 끝나면 독립서점을 시간  때마다 직접 방문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코로나 후유증이 나에게도   몰랐다. 무리한 것도 없이 먹고 자고만 했는데 입술포진이 올라왔다. 입술포진과의 질긴 인연의 시작은 5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째를 낳고 이 몸뚱이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아이를 보면서 운동을 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난 독하게도 아주 소량만 먹고, 공복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택했다.(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한 방법이 간헐적 단식이더라.)

그렇게 단식으로 인한 영양부족에 시달린 결과 입술포진이라는 것을 함께 얻었다.

한번 생긴 포진은 피곤하면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온다. 보통 스멀스멀 올라올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알약 한 알을 먹고 아시크로버를 잔뜩 바른다. 그럼 포진이 올라오려다가도 다시 들어가는데, 코로나로 면역체계에 뭔 문제가 생겼는지 분명 나의 노하우대로 처방했는데도 입술포진은 들어가지 않고 나의 입술을 점령해버리고 말았다.

포진이 생긴 나의 얼굴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다. 둘째의 말을 빌리자면  ‘엄마 못생겼다’.

그리고 아무것도    같은데도 그냥 졸리고 피곤하다. 코로나 격리 기간보다  피곤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원래 이번 주는 안국, 홍대, 마포, 서교동  독립서점들이 모여있는 동네로 책방 여행 떠날 계획이었는데  체력이 도저히 버티질 못할  같아 집에서 가까운 서점부터 가보기로 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방이 있다.

명일동 주택가에 위치한 ‘순정 책방’. 네비를 찍어보니 20분 나온다.

골목주차가 걱정되긴 하지만 왠지 평행주차가 가능할 것만 같은 컨디션이다.

(그렇게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골목을 세 바퀴 돌았다고 한다. 순정 책방 방문 시에는 대중교통을 추천한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기쁨에 들어가기 전 서점 전경부터 촬영한다.

어느 서점지기가 쓴 글에서 본 구절인데, 관광객은 들어올 때부터 구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입구에서 사진부터 찍으면 십중팔구는 관광객이란다. 나는 그렇게 명일동 주택가 골목의 작은 책방 입구에서부터 관광객 티를 내며 입장했다.

아기자기했다. 책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사장님만의 이야기가 확실해 보이는 서점이었다.

많은 독립서점들이 서점에서 음료를 팔거나, 클래스를 열거나 하는 방식으로 운영 수입을 충당하고 있다.

 순정 책방은 예약  짜이 제공(겨울 한정), 스페인어 수업, 동화책 쓰기 모임 등의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다.

마침 스페인어가 한자리 비었다고 영입 제안(!) 해주셨지만,  아이가 있는 나에게 평일 저녁은 아무래도 힘든 시간이다.(스페인을 한 달 넘게 여행했음에도 스페인어를 하나도 모른다는 것을 들키는 것도 곤란했고)

모두의 시간을 맞추기란 정말 어렵다. 직장인들에게는 퇴근 후의 저녁 시간이 좋고, 육아하는 이들에게는 평일  시간이 좋기에  모두가 만족할만한 시간을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하셨다.




작은 서점엔 나와 사장님  뿐이었고, 조심스레 궁금한 것들을  가지 쭤본다.

사장님은 2년을 넘기기 쉽지 않은 독립서점의 세계에서 무려 5년을 지켜내고 계셨고, 2km 정도의 거리에 집이 있어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신다고 하셨다. 평소엔 괜찮지만 오늘처럼 흐리고 추운 날엔 자전거를 갖고 나온 것을 후회한다고도. 뭔가 진열된 책들에서 어떤 결이 느껴진다. 여행을 많이 다니셨을  같다.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내공은 대단하다.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어떻게 서점을 지켜내고 있으신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독립서점을 편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편한 곳이면 좋겠지만, 사진만 찍고 나가는 곳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책들이 진열된  안쪽으로는 좌식으로  공간에 테이블이 놓여있고,  위에 맥주  캔이 놓여있다. 2시에 있을 글쓰기 모임의 준비를 해놓으신  같다. 상온 맥주의 맛을 아시는 진정한 고수라는 생각을 속으로만 해본다.

사장님께 추천받은 책 ‘낮술’(하라다 히카 글, 김영주 옮김)과 내가 고른 책 ‘여행하는 부엌’(박세영 글, 강효선 그림)을  구입하고 돌아온다.

(이때 상당히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생존을 위해 사용했던 단어 몇 개가 생각나는 것 같기도.

맥주(Cerveza), 와인(vino), 얼마예요? (Cuánto es?)



순정책방 - 서울 강동구 동남로 65길 15-5
이전 12화 평일 오후 2시의 연남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