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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13. 2022

어쩌면 매일매일 건강하기란...

일일호일

눈과 고양이 (2022.5)



'독립서점 그리기프로젝트에 참여해주신 서점들을 시간이 허락하는  최대한 직접 찾아가 보려고 한다. 하지만 온전히 혼자만의 외출이 가능한 평일엔 다시 돌아올 시간을 계산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2주에 한 번 정도 책방 여행을 하고 있다.

5월의 어느 날, 아이가 가장 늦게 오는 화요일에 평소 가보고 싶었던 경복궁역의 서점과 골목들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천천히 걷다 보면 통인시장 종로구 보건소 정류장 앞에 자리 잡고 있는 한옥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매일매일 건강하기’라는 뜻이 있는 ‘일일호일’은 노란색 작은 간판이 한옥과 참 잘 어우러지는 곳이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뭔가, 책과 함께하는 카페의 느낌으로 요즘 열심히 돌아보고 있는 여느 독립서점과는 조금 다르다. 큐레이션도 잘 되어있고, 진열된 책들을 보며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앞마당의 감나무, 뒷마당의 배롱나무, 꽃 대나무 등 아기자기 꾸며진 공간들에 앉아있으면 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공간이랄까? 나도 한가득 찍어왔음에도 서점 측에서 보내주신 눈 내리는 날 사진이 너무 좋아서 겨울의 일일호일을 그려다.




나는 내 심신 건강을 위해서 뭘 하고 있나?

나는 점점 나이 들어가고 있고, 이제 20대의 건강한 몸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찌 보면 이제 아플 일만 남은 나이가 되어가고 있고, 몸과 더불어 마음도 때때로 아프다.

재작년에 했던 수술 자국은 아직도 훈장처럼 내 배꼽을 세로질러 있는데도 여전히 나는 떡볶이와 곱창과 맥주를 사랑한다. 내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안 먹고 참는 게 더 스트레스일 거라고 합리화한다.

사실 그런 음식들과 내 뱃속에 생겼던 주먹만 한 근종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믿고 싶은 거겠지.(실제로 주치의 교수님께서도 딱히 조심할 건 없고 살던 데로 살라고 하셨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고 그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함인 경우가 다반사인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인간관계를 확장하지도, 좋아하는 이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되었다. 상대에게 좋은 마음으로 베푼 호의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의 서운함이 쌓이고 쌓이면서 우울증이라는 것이 내게도 찾아왔었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들은 나에게 뭘 해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좋아서 일방적으로 베풀어놓고 조금이라도 돌려받기를 은연중에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면 더는 노력하지 말자.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다면 그도 나에게 그렇게 대할 것이다.

관계에 있어서 쿨해지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나는 여전히 지금도 인간관계가 어렵고 서툴다. 하지만 이제 상처받는 인간관계는 하지 않게 되었다.

나를 존중해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어쩌면 <매일매일 건강하기> <매일매일 나를 사랑하기>가 아닐까?



일일호일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2


이전 14화 오후 2시, 충무로 2번 출구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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