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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21. 2022

누구나 마음속에 앤 하나쯤 품고 살지 않나요?

하남 덕풍동 독립서점 <마이리틀앤>



마이리틀앤 (2022.9)- 하남 덕풍북로 251번길 22




처음이었다.

밥 한 끼 하자고 서점으로 놀러 오라고 하신 분은.

아니 그전에도 가끔 그렇게 말해주시는 분이 있긴 했으나 정말 그래도 될까 생각만 했다.

그런데 이번엔 한 번 가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처음이었다.


올 초 <마이리틀앤> 서점을 '독립서점 그리기' 목록에 적어놓고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림을 완성하게 되었다. 서점 그림을 그리며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는 서점 측에서 본인 계정에 내 그림을 다시 올려주실 때이다. <마이리틀앤> 대표님도 시간이 너무 흘러 잊고 계시다가 내 그림을 보시고 좋게 봐주셔서 다시 본인의 계정에 올려주셨고, 밥 한 끼 사주신다고 서점에 한 번 놀러 오라고까지 말씀해주셨다.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기에 그 이야기를 잊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었고, 그 만남이 오늘 이루어졌다.

초면에 밥을 먹으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생각해봤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일단 초행길 무사히 도착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대표님은 10시 30분 나의 도착 시간에 맞춰 서점 문을 오픈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아담하고 아늑한, 내가 생각한 동네 책방 그 자체였다.


대표님과의 밥 한 끼는 서점 근처에서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브런치 가게가 되지 않을까 상상했는데, 근처에는 먹을만한 곳이 없다고 차로 이동하자고 하셨다.

책방이 위치한 곳이 택지로 개발된 지구라 한적하고 이쁜 동네였으나, 이 곳 역시 코로나라는 녀석을 피해갈 수 없었는지 주변 상가 중 비어있는 곳들이 더러 있어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책만 팔아서는 이윤을 남길 수 없고, 월세를 지불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한다.

하지만 오히려 <마이리틀앤>은 주택 단지의 강점을 잘 활용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학원에 갈 수 없게 되자, 소수 인원만으로 운영되는 독서 논술 모임 등을 진행하며 슬기롭게 헤쳐 나가셨다.

또한 늘상 책방에 상주할 수 없기에 예약제로 바꾸고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서점을 놓지 않기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신다. '일'과 '나'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 어렵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다.






서점 인터뷰인 듯 아닌 듯, 서점 이야기에서 나의 그림 이야기...그러다 각자의 인생과 교육관, 인생의 가치관까지 이야기는 흘러 흘러갔다.

내가 살아보고 싶던 삶을 먼저 성큼성큼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님의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들, 모든 이야기가 하나하나 다 흥미롭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겪은 도전과 실패의 경험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내가 가는 길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나라는 작은 배에게 잘 따라오라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는 등대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이야기를 너무 경청해주는 통에, 초면에 주린이 주제에 미디어 주에 꽂혀 투자했다가 제대로 물린 내 상황까지 고백하게 되었다. 오늘 오후 욕실 수도 수리를 받아야 해서 2시까지 집에 가야겠기에 망정이지, 눈치 없이 몇 시간 대표님을 귀찮게 할 뻔했다.


내가 살아보고 싶던 삶을 누군가는 살고 있다.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작은 앤을 응원해주는 사람들.

그들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리고, 서점 대표님이 먹자고 하는 '밥 한끼'는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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