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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14. 2022

독립서점 하나가 또 사라진다



지금은 사라진, 충청도의 어느 독립서점



독립서점 하나가 또 사라진다


  ‘독립서점 그리기프로젝트를 스스로 정하고 참여해주실 서점들을 모집했다.

12장의 서점 그림을 모아 2023년 달력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서점을 찾는 과정에서 충청도에 사는 친한 언니에게 동네 독립 서점을 추천받았고, 당장 가기에는 거리가 있으니 책방 대표님께 서점 전경과 내부 사진들을 부탁드렸다. 그렇게 나의 사진첩에는 가보지 못한 독립서점 사진 몇 장이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 그려질 날을 기다리며.

밀린 작업이 끝나고 이제 그려야지 하던 참에 책방 대표님으로부터 디엠이 왔다. 사정이 있어서 이달까지만 서점을 운영한다는 소식이었다. 머릿속엔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조금만 더 일찍 그릴 걸 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내가 서점 그림 한 장 그린다고 해서 서점이 계속 운영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래도 대표님께 조금이나마 소소한 삶의 이벤트를 드릴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후회.

충청도 갈 일은 왜 한 번도 없었던 거지? 아니 왜 시간 내서 가볼 생각은 못 했던 거지?

일면식도 없고 그저 인스타로 안부를 알고, 디엠으로만 이야기를 했던 그냥 인친일 뿐인데도 섭섭한 감정이 든다. 책방을 열고, 운영하고, 입고하고, 판매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벤트를 열고… 책방과 함께 한 모든 시간,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과정은 대표님의 기억 속에서만 간직되는 것이다.


독립서점 하나가 또 사라진다. 역사 속으로.


그래도 경영난으로 인한 폐업은 아니라는 사장님의 말씀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다.

서점이 알려지고 잘 되면서 부업으로 생각했던 서점 운영이 본업을 침범했기 때문에,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폐업의 이유였다.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모든 사정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으셨겠지만, 그리고 사장님의 본캐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서점을 멋지게 운영하신 열정과 능력으로 원래의 자리에서는 더욱 반짝반짝 빛나시리라 믿는다.


소중했던 공간을 기억하고 싶은 이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길 바라며 그려본 책방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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