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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냥이 Sep 05. 2022

목요일 저녁 7시의 글쓰기 모임


가을책방 (2021.11) _권냥이




일단 근처에 동네책방은 생겼는데, 오다가다 그냥 들어갈 명분이 없다.

책방지기님은 언제든 편하게 왔다 가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서점인데 카페처럼 죽치고 앉아있기도 민폐인 것 같고 매번 책을 사러 가기에도 부담이다.  

서점과 카페의 그 어디쯤의 경계 어디에서 나는 고민한다.

자꾸 가도 될까?

뭐.. 작업을 할 곳은 많다.

일단 가장 집중이 안 되는 집이 있다. 나름 청소하면 쓸만하다.

하지만 긴장감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마이홈에선 곳곳에 집안 일거리가 도사리고 있다. 지뢰밭이다.

그 다음으로 집 앞 스터디 카페가 있다.

강의 영상을 시청할 때나 그림 그릴 때는 이만한 곳이 없다.

집중도 잘되지만 타자를 칠 일이 많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타자 좀 조용히 쳐달라는 쪽지가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고 치게 된다.

그 다음은 카페다. 집 근처에 약 5개의 카페가 있지만 앉아서 작업을 할 만한 카페는 한 곳.

그래도 타자 치기도 좋고 눈치도 안 보이는 곳이다.

그 외에 매주 도서관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지만 이 것도 주 1회만 사용 가능한 제약이 있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고, 이제 어느 정도 루틴은 생겼으나 장소는 여전히 어디서 써야 할지 고민하는 글쓰기 유목민인 나였다.

그러던  오다가다 그냥 들어갈 명분이 없던 바로 그 동네책방에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한다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접했다.

그런데 시간이 애매하다.

목요일 저녁 7~9.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바쁜 저녁시간이라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일주일   도서관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도 방학이 시작되면서 제대로 나갈  없는 상황이었고, 평일  시간의  시간이 부족하던 참이었다.

일주일 중 하루 2시간만이라도 온전히 글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면 신랑도 기꺼이 이해해줄 것 같았다.

다저녁에 어디 가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서점에 가서  쓰고 오겠다고 설명했으나,  거기서 쓰냐며 딱히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도착한 서점에 대표님과 나 둘 뿐이다.

아무도 안 온다.

뭐, 일단 패드를 꺼내놓고 머라도 쓰기 시작한다.

쓰다 보니 엄마와 8~9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함께 들어온다.

아이에게 책을 읽고 있으라고 조용히 이야기하고 아이 엄마도 아이패드를 꺼내서 작업에 집중한다.

서점엔 적막이 흐르고 셋은 작업을 하고 아이는 책을 본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들어온다.

낮 시간에 서점을 운영하시는 운영자님이다. (대표님과는 친구 사이시고 낮에는 친구분이 저녁에는 대표님이 운영하신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왔던 아이는 곧 퇴근한 아빠가 데리고 가셨고, 서점에는 온전히 넷이 남았다.

이렇게 넷이 매주 만나서 조용히 쓰게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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