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새로운 원점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입사 후 만 2년 4개월이 되었을 때 갑자기 회사 전략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있었던 데이터 분석 관련 부서를 만들 예정이라고 하면서, 인력 후보군을 구성하고 있는데 들어갈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제안을 듣고 놀랐지만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물론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거라고 나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물론 스스로를 달랬다. 이런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어. 그래도 해보자.
그래서 후보에 넣어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과정에서 비밀을 지켜달라고 해서 흔쾌히 알겠다고 했는데, 내가 먼저 알기도 전에 임원 라인부터 팀 신설 계획이 퍼졌다.
처음에 듣기로는 후보군이고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소문이 나에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팀 구성이 끝났고 내 이름도 확정 멤버로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관련해서 바로 팀장님과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상황을 해명하면서 엄청 진땀을 뺐다.
물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시고, 긍정적으로 이해해주셔서 다행이었지... 다시 생각해도 그때는 아찔했다.
팀을 옮기는 게 확정이 난 후에 연락을 많이 받았다. 새로 생기는 그 팀이 어떻다더라, 같이 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아마 비슷하게 다른 사람들도 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겠지. 그런데 새로 생기는 팀이 무척 힘들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취준을 할 때부터 그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라도 얼른 경험해보고 나에게 맞는 일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미련이 풀릴 거라는 걸 알았다.
짐을 챙겨서 새로운 근무지로 이사하는 날에는 기분이 무척 묘했다.
취준을 하면서 많은 회사에 지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렸을 때도 생각이 나고, 최종 합격한 회사를 두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포기해야 할까 고민했던 순간도 떠올랐다.
중간에서 180도 바뀌었던 커리어가 다시 180도 돌아왔다.
완전히 원점은 아니고, 조금 더 새로운 출발점 앞에 다시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