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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핑거 Jun 29. 2023

6화. 퇴사 후에도 계속 이어진 고민

미국으로 유학 갈까?

한 달 뒤, 모든 짐을 싸서 다시 고향 집으로 내려왔다. 다시 여기서 지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했다. 아직 선뜻 세계 여행을 떠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머리도 식힐 겸, 남자친구도 볼겸해서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무비자 기간을 꽉채워 3개월 정도 지내다가  돌아왔다. 


이후로 장기 연애가 힘들기도 했지만, 그때 미국에서 지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남자친구는 회계사로 미국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런 그처럼, 평소 관심 있었던, 마케팅 쪽으로 커리어를 키워서 그와 함께 뉴욕에 정착해 살고 싶다는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 대학 진학이나, 뉴욕에 있는 한국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고려해 이것 저것 알아보기도 했다.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론리 플래닛’ 창립자 부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을 버리고 훌쩍 세계여행을 떠났던 무일푼의 젊은 히피 부부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이드북을 펴냈다. 그것이 시초가 되어 여행자들의 바이블로 불리게 될 만큼 유명해지고, 회사도 설립할 수 있었다고 했다. 터키에서 만났던,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하던 40대 부부가 생각났다.



당시 내 남자친구는 야망이 큰 사람이었다. 모든 걸 버리고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한다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마케팅이 내가 찾던 가슴 뛰는 그런 분야도 아니었다. 미국에서 다시 공부하고, 취업하고, 그러다 그와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 그게 내 삶이 아닌 것 같아서 퇴사를 했는데, 똑같은 걸 반복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건 내 꿈이 아니었다. 그의 꿈을 내 꿈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의 길과 나의 길은 반대라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용기가 부족해 누군가 같이 떠나 줄 사람을 원했던 건지도 몰랐다. 나를 구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기 보다 혼자서라도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여행 중에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로.  


그렇게 관계와 마음을 정리하고 부터는 일단 돈을 모으기로 했다. 대학 4년 내내 영어 과외로 중고등 학생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조그만 동네 입시 영어 학원에 취직했다. 


동시에 내가 다닐 영어 회화 학원도 끊었다. 문법과 시험 스킬은 빠삭했지만 스피킹은 한참 달렸다. 세계여행을 진짜 가게 되면 영어가 필수일 테니 말이다. 


이렇게 하루 하루를 나름 바쁘게 보내던 와 중에도 독서는 놓지 않았다. 어느 날, 존 맥스웰의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를 읽으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는 지금도 신나게 일한다. 내가 60대 중반이 되자 주위에서 언제 은퇴하느냐는 말을 많이 하지만 솔직히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몰라도 현재 하는 일이 즐겁다면 고된 줄도 모르는 법이다. 언제 은퇴하느냐고? 이 세상 떠날 때 할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강연과 저술 활동을 계속할 작정이다.”

나도 이런 일을 찾고 싶었다. 은퇴도 마다할 만큼 내 영혼을 울리는 그런 일 말이다. 그게 바로 '자아의 신화'가 아닐까. 세계 여행이 그런 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 나중에 은퇴하고 럭셔리하게 세계 여행이나 하며 살아야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세계 여행을 그저 여가로 여기지 않았다. 일종의 투자였다. 은퇴도 잊을 만큼 꾸준히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투자였다. 젊은 날에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듣고 경험해보고 시야를 넓히는 과정이었다. 가장 잘 한 투자였다고 훗날 스스로를 칭찬할 것이다. 


다음 날, 이미 세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았다. 한 청년의 세계 여행 도전기를 기록해 놓은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는 이미 4년 전에 현재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퇴사 고민부터 여행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 결심 후 준비 과정, 그리고 2년 간 실제 여행기, 그 후 돌아와서 바뀐 삶까지의 기록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퇴사 후에도 여전히 내 주위를 맴돌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망설이게 하는 암흑을 깨부수고 빛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역시 다녀오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앞으로의 삶에 좀 더 용기가 생길 것이었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더 확고해질 것이었다. 


여행 후 달라진 점에 대해 그가 써놓은 말이 인상 깊었다. 그동안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자 하면 성공한 사람들의 말을 빌려 자신의 입으로 전했었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스토리로 진짜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이거였다. 사실 독서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나도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을 가슴에서 꺼내어 전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내뱉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직접 내 몸으로 겪으며 체득한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겪어야 했다. 일단 가슴 뛰는 일을 해봐야 했다. 세계 여행을 떠올리면 가슴이 뛰었다. 안락하고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각종 고생도 해보고,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면 사고와 관점이 확장될 것이었다.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하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도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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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낭 여행을 다녀온 이 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블로그에 쓰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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