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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첫 만남 기록

by 킴스토리 Mar 12. 2025

"이상형이 어떻게 돼?"

곧 결혼을 앞둔 친구가 내게 물었다.


"우선 나는 큐티(Quite Time, 말씀 묵상)하는 형제면 좋겠어. 그냥 형식적으로, 습관적으로 큐티하는 사람 말고. 하나님의 말씀을 진짜로 묵상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 말씀을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또?"


"그리고 가정예배를 인도할 줄 아는 사람. 사실 자녀가 다 크기 전에 부부가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거, 되게 어색할 수 있잖아, 낯간지럽고. 근데 그 어색함을 어려워하지 않고 부부가 서로 은혜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도록 가장으로서 그 예배를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그럼 이번에는 외적인 이상형!"


"나는 안경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더라~ 뭔가 우등생 같은 사람? 바른생활할 것 같은 사람의 이미지를 좋아하더라고. 선하고 유하게 생긴 사람이면 대부분 좋게 느껴졌던 것 같아."


"오호... 알겠어. 내가 그동안 큐피트 역할을 잘 해왔거든. 내가 소개시켜줘서 잘 된 커플 되게 많아. 내가 꼭 찾아볼게."


그렇게 일주일 뒤, 친구는 내 이상형을 찾은 것 같다며 소개를 받겠냐고 물었다.

오,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이야. 그리고 진짜 찾아볼 줄이야! 일단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친구와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동료였고, 집도 내가 다니는 교회와 가까웠다. 그리고 가정예배를 드리는 분이라고. 무엇보다 안경 쓴 모습이 엄청 잘 어울리는 훈훈한 분이라고 했다. 게다가 더 반전인 건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로 섬기고 있다고 했다. 스쳐 지나가듯이 사진을 보여줬는데 정말 훈훈한 분이셨다. 그분도 나를 소개받아보겠다고 하셨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리고 결혼식 하객으로 올 테니 얼굴 한 번 슬쩍 보라고. 오호...


그렇게 친구 결혼식 당일이 됐다. 친구는 한 번뿐인 본인의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큐피트 역할을 해줬다. 참 고마운 친구다.


"저기 지금 머리 넘기고 있는 사람. 저분이야. 어때? 괜찮지?"

"오... 보인다! 정말 훈훈하시네~"

"그치!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 훈훈하셔 키도 크고."

"와, 챙겨줘서 고마워. 얼른 가봐!"


멀리서 본 그분은 얼굴이 정말 작고, 키도 훤칠했다. 나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던 이 상황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직접 가서 얼굴을 보고 오겠다고 난리였다. 그때부터 나는 그분이 신경 쓰여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주말이 지나고 퇴근하는 길에 연락이 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만날 요일과 장소를 정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금요일 저녁에 우린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나는 평소 긴장을 잘하지 않는다. 혹여 긴장하더라도 실전에서는 오히려 풀리는 편이고, 심지어 그 긴장감을 즐기는 성향이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너무 긴장됐다. 얼른 그 자리에 도착하고 싶었다. 처음 만나기 직전까지 그 긴장감이 정말 떨렸다. 어쨌든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식당에서 그와 밥을 먹었다.


다정한 분 같았다. 파스타를 먼저 내 접시에 덜어주고 빈 물 잔을 계속 채워줬다. 종종 소개팅을 나가면 본인만 먹기 바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과 다르게 나를 챙겨주는 손길이 좋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일단 할 얘기가 꽤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서로를 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니 흥미롭고 재밌었다. 서로를 소개해 준 친구와는 어떤 사이인지, 또 어떤 일을 하는지, 교회 사역 이야기 등. 주고받을 대화는 많았다.


먼저 식당을 알아봐 주고 예약해 주셨으니 나는 5곳 정도 카페를 알아갔다. 그는 걸어오면서 보니까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그 카페들이 모두 근처에 있으니 걸으면서 느낌 좋은 곳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적당히 조용하고 커피도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나란히 앉는 자리만 남아있었다. 약간은 어색했지만 나란히 앉아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면서 마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보는 자리였는데, 몇 번은 더 봤던 사이처럼 편안했다.


가장 와닿았던 대화는 신앙과 질투(?)다.

그는 나에게 처음부터 뜨거운 신앙인지를 물었다. 나는 내 안에 나름대로 정리해 둔 신앙을 나눴다.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그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무리 믿는 사람끼리 소개를 받는 자리라고 해도, 처음부터 신앙의 가치관을 깊이 나누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나는 하나님이 내 우선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깊게 나눴는데, 내 나눔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또 본인의 신앙에 대해서도 나눠준 게 그렇게 고맙고 좋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 대화가 첫 번째로 와닿는 내용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질투다.

그는 나에게 질투가 많냐고 물었다. 나는 질투가 많은 편은 아닌데, 나만의 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나보다 안 예쁘면 된다고 했다. 약간 황당한 답변에 그는 웃으면서 "못생긴 사람만 만날게요."라고 답했다. (정말 센스가 있었다면 "질투할 일 없겠네요."라고 했을 거다ㅋㅋ) 나는 이 답변을 듣고 흠칫했다. 앞으로 못생긴 사람만 만나겠다는, 뭐랄까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이 답변? 호감의 표시로 받아들여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이 대화가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9시 반쯤 우리는 버스정류장까지 산책할 겸 걸었다. 홍대에서 나는 송도로, 그는 검암 쪽으로 가야 했는데, 버스를 한번 놓치면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버스 시간에 맞춰서 뛰었다. 그래서 막판에 분위기가 더 편안하고 재밌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오늘 즐거웠다며 소개팅 이후의 형식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에 만날 날짜를 정하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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