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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나까스이따 Aug 16. 2020

리스크가 큰 건 싫어요?

그건 위험하지 않아요? 아닌가? 

리스크 (Risk), 우리나라 말로 주로 '위험' 이란 단어로 번역되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리스크가 크다는 건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크다고 여겨지는 일은 회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실제 Risk라는 단어는 영어권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간단한 예를 통해 실제로 Risk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보자. 밑에 세 가지 경우 중에서 실제로 Risk가 큰 것은 어느 것일까


1. 지금 당장 창업을 하면 100%의 확률로 성공을 할 것이다.

2. 지금 당장 창업을 하면 50%의 확률로 성공을 하거나 실패를 할 것이다.

3. 지금 당장 창업을 하면 100%의 확률로 실패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3번 지금 당장 창업을 하면 100% 실패를 한다는 것이 리스크가 높다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는 2번 50%의 확률로 성공을 하거나 실패를 하는 것에 리스크가 있다고 표현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실제 영어권에서 사용되는 Risk는 미래의 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내포되어있다는 의미로, 미래의 사건이 어떻게 될지 잘 알지 못하고 불확실할 때 사용된다. 미래의 사건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둘 다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지금 당장 창업을 하면 100% 성공을 할 것이다. 는 미래에 대한 결과가 100%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없고, 따라서 리스크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3. 지금 당장 창업을 하면 100% 실패를 할 것이다. 도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3번과 같은 미래에 대한 결과가 확실히 부정적일 때는 실제로 Danger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리스크라는 개념을 현실에 대입하면,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부딪치는 거의 모든 현상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일 아침 비가 올지 안 올지 조차 첨단장비를 이용해 측정해도 100%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내일 누구를 만나고, 어떠한 상황이 나에게 펼쳐질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리스크가 부정적인 일만 일어날 확률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는 알겠는데, 미래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불확실하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10년 전과 지금만 비교해도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변해있고, 뉴스를 통해 취업난, 경제난, 주택난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이때, 사람들이 미래의 수입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의 일은 되도록 회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에 나와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사회적인 입지가 현지 사람들보다 더 불안정한 것을 많이 느끼고, 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내 인생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의 생활, 직장, 가족, 인간관계 등 욕심이 과한걸 수도 있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며 동시에 긍정적인 보상을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 이론서를 읽으면 투자를 함에 있어 리스크를 관리하는 여러 방법들이 나온다. 리스크는 분산시켜야 하며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이것 역시 모든 사람의 상황과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답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모든 케바케를 관통하는 진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이제 겨우 사회인 5년 차인 나로서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다만, 처음에 얘기했던 리스크의 의미, 여태까지 당연하듯 사용해 왔던 리스크란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것의 결과가 위험할 거라 생각해서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미래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 위험하니까 안 하는 게 좋다는 의미보다, 아직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일단 한번 생각은 해볼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기 시작하면,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시도하며 경험할 수 있는 한층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삶이 당장은 좋아 보여도, 똑같은 하루하루를 아무런 변화 없이 살다 보면 좀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소에 기대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슬프고 힘든 일도 있겠지만, 행복과 기쁨도 있는, 그런 불확실한 인생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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