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05) 융프라우가 굽어 보는
그림 같은 캠핑장

-해외캠핑3편, 스위스

by 벨소리

스위스는 어느 곳에서건 카메라 셔터를 누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 지나간 풍경을 다시 만나기 어렵다.

어디나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이 다 똑같지 않은 것이다.

날카롭게 치솟은 산이 주는 아름다움,

맑은 계곡물이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아름다움,

푸른 잔디밭이 산 발꿈치까지 뻗어 있는 아름다움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스위스라는 경이로운 풍경을 담은 엽서를 만들어 낸다.

<융프라우의 입구, 그린델발트의 캠핑장 전경. 왼쪽이 내 보금자리다.>

융프라우에 가기 위해서는 그린델발트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가야 한다.

수많은 여행객들과 등산객들이 융프라우를 오르기 위해

그린델발트를 들른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숙박한다.

호텔 숙박은 편리하긴 하지만

스위스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하면,

그리고 이곳이 스위스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그린델발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지갑을 열기 힘들다.

나와 아내도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 걱정했던 것이 비싼 물가다.

융프라우 정상에서 파는 신라면(컵라면)이 1만 5천 원 정도로 비싸다는 점은

스위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다.

당연히 숙소가 걱정이 되었다.

캠핑을 계획했지만 캠핑장은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 캠핑장이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차를 몰고 구석구석 헤집고 다녀보니

캠핑장을 꽤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아름다워서 바로 텐트를 펼친 캠핑장이 홀드리오 캠핑장이다.

단돈 3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대자연의 진수성찬을 누릴 수 있다.


스위스캠핑장에서보이는풍경.jpg <캠핑장에서 바라본 알프스 설산의 모습>

이 캠핑장의 매력은 단연 아름다운 풍광이다.

알프스의 고봉들이 캠핑장을 에워싸고 내려다보고 있으며

캠핑장은 또 한적한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이 캠핑장은 사이트 구역이 나누어져 있지 않은 풀밭 그대로라서

먼저 도착한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이 자그마한 캠핑장에서 한국인을 무려 두 팀 더 만났다.

한 팀은 두 달째 유럽여행을 다니는 가족,

그리고 다른 한 팀은 룩셈부르크에 거주하는 가족인데

나이 지긋한 자매였다.

두 달 여행한 가족들의 모습도 정겨웠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자매의 정겨운 목소리도

마음을 깊이 울렸다.

그녀들의 모습은 알프스 고봉의 자애로운 자태를 닮았다.


한국 아저씨가 알프스 여우가 출몰하니

음식을 텐트에 넣어 두고 자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운 좋게도 다음날 아침 텐트 가를 서성거리는

여우 녀석을 만났다.

겁이 많아서 금세 도망갔지만

여우의 모습도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스위스 캠핑은 편리한 소비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

스위스의 대부분의 마트는 5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

저녁에는 그 어디에서도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없다.

둘째 날, 온천으로 유명한 로이커바트에서 캠핑할 때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 상관이 없었다.

배를 조금 곯더라도

자연이 주는 풍성한 식탁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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