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궁금한 진짜 나의 적성은 뭘까요?
어른이 되어서 살다 보면 내가 하던 일이니까, 직업이니까, 그냥 의심 없이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그 일이 나를 가슴 뛰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녀들의 진로를 결정할 때는 "네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너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봐." "무엇을 할 때 네가 가장 행복한지 생각해봐. "너는 수학을 잘하니까 잘하는 능력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 등의 멋진 조언을 합니다.
이건 아마도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내 앞에 맞닥뜨리는 일들을 우선순위로 해결하면서 살다 보니 자녀들의 일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나에 대한 일은 뒤로 미루게 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는 본인의 적성을 찾아 집중하고 살면서 훌륭한 성과를 내는 멋진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하던 일을 지속하면서 자각 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엄마도 꿈이 있었어요?"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엄마, 이제라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세요." 이런 내용의 말들을 방송에서 듣거나 책에서 읽었을 때 많은 사람이 울컥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시절에는 적성검사라고 해봐야 (문과 성향 : 이과 성향)의 비율을 알려주고 적절한 직업군을 몇 개씩 추천해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의 경우를 보면 49 :51 정말 애매한 비율이죠. 좋게 말해서 무엇을 해도 잘할 것이고 다시 말해서 뚜렷한 성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제가 제자신을 돌아보면서 적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 계기는
간호사 친구가 우연한 기회에 병원에서 적성검사를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를 했다고 합니다.
친구도 검사 전에 진짜 나의 적성은 무엇일까 너무나 궁금했다고 합니다. 저도 친구의 결과가 궁금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의 말을 중간에 끊고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고 먼저 물었습니다.
친구는 너무나 신기하게도 적성검사 결과 간호사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이런 결과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 친구는 꿈 많은 몽상가이며, 자유로운 영혼이고,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인데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나도 친구도 그 결과에 놀랐습니다.
그때 우린 40대 중반쯤이 었는데, 20여 년 동안 어떤 직업에 종사하다 보면 그 직업이 내적성이되기도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 질문지를 작성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진정한 나의 본성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의 선택지를 고른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는 대중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하고 잘한다고 평가를 받으면서 아나운서나 방송 MC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수학여행에 가서 1000명의 학생들 앞에서 사회를 보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었습니다. 그런 것이 떨리거나 긴장되기보다는 하기 전에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나 재밌고 무대에서도 두근거리면서도 신이 났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발음을 또박또박하게 하고 목소리도 예쁘게 다듬어서 내곤 했었습니다.
대학 나닐 때는 큰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 호명에 제가 예! 하는 목소리만 듣고도 많은 학우들이 돌아보면서 관심을 보였고, 강사가 되어서도 목소리가 좋고 설명할 때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며 쇼핑호스트의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졸업식 직후에 엄마가 큰 수술을 하시면서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꿈을 잊고 엄마의 병간호를 하면서 조금씩 강사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 어릴 적 저의 꿈 이야기를 들려드린 이유를 눈치채셨나요?
네. 저도 친구 따라 적성 검사를 받아보았습니다. 결과는 아시겠죠? 강사, 교사, 교수, 교육자로 나왔습니다.
내친김에 요즘 유행한다는 MBTI 검사도 해보았더니 ESTJ-T/엄격한 관리자로 나왔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 정도면 적성검사가 아니라 직업 맞추기 검사 아닙니까?
대학시절에는 지인들 요청으로 학생들 과외수업을 하게 되었고, 졸업 후에는 가정 상황상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을 했습니다. 임시로 하자. 했었지만 쉽게 이직을 못한 채로 결혼을 했고, 첫아이를 출산한 뒤에는 이웃에 소문이 나면서 첫아이가 첫돌도 되기 전에 재택 과외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재택으로 개인과외를 하는 것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직업이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는 줄 모르고 20여 년을 개인과외수업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20대가 되면서 집으로 학생들이 오는 것을 가족들이 불편해하기 시작했고, 이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찾아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고, 다른 직업군으로 옮기려니 내가 받을 수 있는 페이가 이전보다 적어져서 다시 화상으로 영어강의를 하는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입사 6년 차가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영어강사를 해왔지만 경력으로 인정받을 자료가 없는 개인과외를 주로 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와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염려와 다르게 회사에서는 성과를 보고 능력을 인정해주었고 그렇게 인정받으면서 재밌게 일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가정에서 내가 신경 쓸 일이 조금씩 줄어들고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회사에서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하던 중, 사내 전문강사로 발탁이 되어서 교사들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하는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그동안 내가 일해 오면서 경험하고, 배우고, 느꼈던 일들을 글로 쓰면서 내 직업으로써 '영어강사'라는 타이틀을 더 단단히 만들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기에는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
적성을 찾아서 직업을 선택하고, 그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평생직장, 평생직업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고도 말을 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저의 경험으로는 하나의 직업을 선택해서 그 일에 나의 30여 년의 시간을 바친 결과는 전문가의 타이틀을 달 자격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이전의 나의 적성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 일을 하면서 집중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전에 부딪쳐서 일해나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정 부분에서는 나의 적성에도 맞았을 것입니다. 정말 전혀 맞지 않고 하기 싫었다면 중간에 그만두었겠죠.
원래 나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선택해서 일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직업군들로 떠돌아다닌다고 가정해보면, 물론 새로운 일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분야에서도 전문가로 인정받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한 일을 끈기 있게 몇십 년 꾸준히 하다 보면, 그 분야에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고, 인정받았을 때의 행복감도 크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