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눈부신 너의 한 조각
오랜만에 만난 삼촌 앞에서 시아는 고개를 숙였다. 시아에게 부끄러움이란 감정이 생긴 모양이다.
시아는 매일 새로운 것들을 해낸다. 작년 이맘때엔 직립보행에 성공했고, 오늘의 시아는 낯선 마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점점 무언가를 잘하게 되는 시아를 보며 나는 조금 슬퍼진다.
거울을 뚫어지게 보며 이마에 난 여드름을 짜고, 친구들과 모여 깔깔거리며 웃고, 멋진 오빠와 첫 번째 데이트를 하는 그런 날들을 순식간에 상상해본다.
나의 도움 없이 살아낼 평생에 비하면,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지금 이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를 울고 싶게 만든다.
오늘 아침 시아는 내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다 볼 때까지 내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1분의 부재도 용납되지 않는 사랑이다. 내 다리를 감싸던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동시에 먼 옛날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만난 삼촌은 시아를 마음껏 예뻐하지 못했고 시아는 한참 동안이나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시간의 덧없음과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한참 이전에 아마도 나와 같은 감정을 가졌을 나의 엄마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잠들기 직전까지 쫑알쫑알 늘어놓던 아이랬는데, 너무 밥을 안 먹어서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아이랬는데... 그런 까맣고 조그맸던 내가 다시 나를 닮아 까맣고 조그마한 시아를 낳고 기르게 될 때까지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결국 삼촌이 자리를 뜰 때까지 시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 부끄러워했냐는 듯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힘차게 빠빠이를 했다.
몇 달 후면 두 번째 생일을 맞게 될 시아는 요즘 부쩍 낯을 가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엄마 아빠가 아닌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지만 그 동안 시아도 조금 더 자란 것이겠지요.
오랜만에 만난 삼촌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아이가 귀엽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쩐지 슬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과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가 조금 더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그 마음에 대해 살펴본 짧은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