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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삼거리 May 02. 2023

>'O``q-

새이야기


"짹짹짹!!!! ㅉㅉ  ㅒㅇ ㅐㄱ 짹짹짹!"

                            

 오랜만에 왔는데 왜 먹을 것이 없느냐는 소리다. 몇 번을 더 울다가 날아갔다. 얼마 전 비 오는 날에는 창 밖 나뭇가지에 앉아 젖은 채 불평을 늘어놓다가 날아갔다.  


 집에 자주 찾아오는 직박구리가 한 마리 있다. 초반에 몇 번은 친구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는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먹을 것이 부실한 날이었다. 그 후 그들은 오지 않았고, 한 녀석만 종종 찾아온다. 감으로 시작해서 감 철이 지날 즈음은 반건시를 놓아주었다. r이 하나 더 먹고 싶다고 했지만, 새를 다 주어서 없다고 했다. "나도 먹고 싶은데!" 새에게 순위가 밀렸다는 생각에 눈이 동그래진 것 같은 시늉을 했지만, 고교생답게 곧 이성적으로 받아들였다. 조금 지나서는 혹시나 하며 심부분을 제하고 배를 조각내서 놓아주었는데 한참 먹지 않아 치웠다. j가 사과를 통으로 놓아보라고 해서 하나 주었는데 역시 잘 먹었다. 이번에는 오렌지를 잘 씻어 하나 놓아주었다. 충분히 먹을 수 있어 보였는데 두꺼운 껍질의 오렌지는 한참 먹지 못했다.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j는 말했다, "촌스럽군." 반을 잘라 놓았더니 부리로 알맹이를 잘 골라 먹었다. 지금까지는 사과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사과가 있는 날이면 다른 새들도 종종 들른다. 사과 하나를 온전히 둘러가며 먹고 씨와 심만 남겨진다. 짹짹 소리가 소침해지지 않도록 때 맞춰 사과를 꺼내 놓는 것이 나의 임무.




제목은,

아껴듣는 브런치북 '각별한 맛'의 작가님 노트에서 알게 된 밴드 ‘새소년’을 따라 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진짜 새이야기이자, 100번째 새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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